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向月
 베프의 결혼식   현실체험기
조회: 2612 , 2015-09-14 01:01
컴퓨터 앞에 앉기 귀찮아서 새로 산 핸드폰으로 일기를 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
남자사람친구 무려 20년가까이..ㅎ
가장 힘들때 묵묵히 옆에 있어주고
어리고 철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곁에 있는 그런 친구가
오늘 결혼을 했다.


처음 여자친구 생겼다고 먼저 전화해서 보고하더니
결혼하고싶다 라고 말하고서
야 나 결혼한다 너 꼭 와라 , 하고 제일 먼저 알려준.

아주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볼 거 못 볼 거 다 보고 지내와서 서로 욕도 하고
막말도 하는데 ㅎㅎ

이새키야 나 다음주 시험인데 책 던지고 간다, 예식장은 왜케 머냐?
야 시끄럽고 이쁘게하고 와
참나, 청바지입고 대충가서 밥이나 축 내고 올꺼다,마!

어제밤 팩을 하고
아침부터 샤워하고 세수하고 화장하고
내가 가진 옷 중에 가장 예쁜, 원피스를 꺼내입고
7cm 굽의 구두를 신고 클러치백을 든다.
버스를 타려고 기다렸다가 미용실까지 들러서
예쁘게 드라이하고서 식장으로 향했다.

녀석의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녀석의 형에게 인사하니
어머 진아, 못알아봤다, 와줘서 고마워~ 하신다.
신부대기실에 올라가서 신부도 보고 눈인사도 하고
(내가 싫겠지, 네 신랑의 첫사랑 썅년이니까ㅋㅋㅋ)

여러 친구들 모습들이 보인다.

고등학교 2-3학년때
많이 아팠고 도망치는 병에 걸려서
숨고지내느라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지내서
10년정도 아니 어쩌면 더오래 연락하지 않고 보지않아서
조금 어색했다.

씩씩하고 대장부같았던 내가 많이 변했다는 말을 오늘 꽤 들었다.

어정쩡하게 웃으며 서있는데
멀리서 두번째로 친한 친구가 보인다.

10년만에 봐도 어제 본 것처럼 다가가
녀석의 등짝을 내려쳤다.
야, 찐~ 하며 녀석도 어제 만났다가 오늘 또 본 것처럼 환하게 웃는다.

나이 서른하나인데 넌 대학생같냐며 웃는다.
너도 마찬가지네~ 멋있어졌다?
우린 어렸을때부터 이 얼굴이어서 이제 안 늙는다, 안그래?

재잘재잘 떠들며 친구의 결혼식을 지켜본다.
근처에 살고있다고 심심하면 얼마든지 전화하라고 녀석이 말한다.



그래
나의 가장 즐거웠고 팔팔 끓던 씩씩하고 철없던 그때
너희가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입시에 찌들리면서도
몰래 시장 막창집에 대학생인양 들어가서 소주 한잔씩 나눠마시고
대학교 캠퍼스 앞의 노래방을 누비고
또 학원에 들어가 밤늦게까지 공부하고
그래도 여자애라고 서로 번갈아가며 날 집까지 데려다줬던.
생일마다 함께하고 서로의 집에서 만화책보며 뒹굴고
네 어머니가 울엄마같았던 우리의 그때들이
오늘 하루종일 떠올라서 마음이 포근하다.




결혼한 녀석과 너, 그리고 나.
15년 전처럼 다시 즐겁게 그리고 철없이 웃고 떠들며
지내고싶다.

어제 만난 거 같지않냐?
응응 맞아 사실 우리 10년만인데...
그래 그게 진짜 친구지, 지금 우리처럼.

니가 먼저 "진짜 친구지,우리처럼" 이라 말해서
눈물이 왈칵 나올 뻔 했다.

그래 고마워, 내 진짜 친구야....

프러시안블루   15.09.14

첫사랑 쌍년..ㅋㅋ
좋은 일기네요.

向月   15.09.15

ㅋㅋㅋㅋ.. 칭찬받은 느낌!

무아덕회   15.09.16

그래요. 남녀사이에 '쌍년, 쌍놈' 정도는 거쳐줘야 해요. 그래도 남아준다면 그제서야 '친구'가 되죠. 안그럼 힘들죠. 남녀사이에...ㅎㅎ 뭐 여전히 씩씩하네요...운동 다시 시작했어요? ㅎ

向月   15.09.17

아뇨ㅋㅋ.. 먹고 자고 책보다 또 잠들고, 반복이네요
자도자도 모자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