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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사랑받고 있음을 느낀 날   six/sept.
조회: 2628 , 2016-01-21 02:15

오늘은 기분이 정말 좋다.
문득 정말 많은 선물을 받았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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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친해진 중국 여자아이가
자기 것과 똑같은 폰케이스를 선물해줬다.
같이 끼자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정말 친해졌는데,
내가 야간으로 옮기게 되면서 보기가 어렵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부러 중국으로 주문시켜서
아버지가 한국에 오실 때 들고오신 거라고 해서
더 고마웠다.

이 곳을 그만 둘 땐
그 친구가 좋아하는 피규어를 선물해야지!
나를 좋아해줘서 정말 고맙고
같이 일 할 수 있어서 즐거웠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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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 아홉시에 출근해서 밤 열 시까지 잔업을 했다.
일이 많다고.
그리고 나는 내일,
아니 오늘 저녁부터 야간 타임으로 옮겨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퇴근할 때 즈음,
야간 조가 첫출근을 했다며
내게 좀 봐달라고 과장님이 말씀하셨다.
피곤했지만 봐줄 사람도 없고,
가르쳐줄 사람도 없이 작업이 시작될 터라
열 한 시까지 야간 타임 사람들에게 일을 가르쳐주었다.

내가 소속된 아웃소싱 직원이 수고했다면서
지하철 역까지 태워다주고
초콜렛을 사줬다.
전부터 일 열심히 한다고 예쁘다고 초콜렛을 사준다, 사준다 하면서
안 사주길래 뻥쟁인가보다 했는데,
오늘 집 가는 길에 빼레로로쉐 8개짜리를 사줬다.
비싼데ㅠㅠ그냥 해본 말인데ㅠㅠ
가나 초콜렛 사주면 되는데ㅠㅠ

그래도 정말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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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룸메 언니가 일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었다.
같이 있고 싶었지만
나도 일이 늦게 끝났고
언니는 오랜만에 남자친구를 만나러 나가서 만나지 못 했는데,
집에 들어오니 책상에 언니가 사온 선물이 놓여 있었다.

정말 예쁜 목걸이와
초코푸딩, 그리고 생초콜렛!

목걸이가 정말 예뻤다.
악세사리 취향이 까다로워서 몇 년에 한 번 살까 말까 한 내가
보자마자 비명을 지를 정도로 정말 예뻤다.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목에 걸어서 아직도 하고 있다.
대학교 1학년 떄 마음에 드는 목걸이가 하나 있어서 
사서 녹이 슬 때까지 하고 다니다가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마음에 드는 목걸이를 본 적이 없어서
산 적이 없었는데.
와 진짜 예쁘다.
매일 하고 다녀야지♡

거기다가 정말 맛있는 생초콜렛과 초코푸딩까지!
마음이 정말 정말 따뜻해졌다.
돈도 얼마 안 가져갔다고 했는데ㅠㅠ이렇게 챙겨줘서 정말 고맙다.

이제 곧 방을 뺴는데,
나갈 때 언니한테 전자레인지와 전자레인지 받침대를 선물해야겠다.
언니가 늘 전자레인지를 갖고 싶어했는데-
사도 놓을 데가 없어서 걱정이란 말도 많이 했고.
이케아 가서 깔끔한 아이로 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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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로 과장님이 자신이 잘못 샀다며 어피치 립글로즈를 주셨다.
입술이 트길래 하나 샀는데
사서 발라보니 빨간색이더라며-
빨간 입술로 말씀하셨다.

보자마자 빵 터졌더니
너 가질래?
하시길래 달라고 했다.
늘 갖고 싶었는데
캐릭터 값인지 좀 비싸서 내 돈 주고는 못 사겠다 싶었는데, 히히.
어쩄든 주셔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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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들은 다 정말 좋다.
잘 챙겨주고, 잘 해주고.
살갑게 말도 걸어주고.

곧 복학한다고 2월에 그만 둔다고 했더니
싫어하시기는 커녕,
한 학기 더 휴학하고 더 일 하라고 하시고.

머리가 자꾸 흘러내려서 양면 테이프 조그맣게 잘라서 
머리에 붙여놨더니

'핀 하나 사줘야겠네'
말 한 마디가,
빈 말이어도 살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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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기 아쉬울 것 같다.
오늘 복학 신청하는데 살짝 망설였다.
물론 복학 신청은 했다.
더 일 할 생각은 없다.
아니,
사실 너무 재밌어서 더 하고 싶지만
더 해선 안 된다.
학교도 얼른 다녀야 되고,
미국 비자 받으려면 재학 유지하는 게 좋다.
안 그래도 아버지 소득을 증명할 길이 없어서 비자 받기 위험한데-
1년 휴학까지 하면 비자 심사가 까다로워질 것 같다.

사실 미국 비자만 아니었어도
더 일 했을 수도 있다.
야간으로 일 하면 한 달만 일해도 300은 버니까.

그리고 내가 지금 일 하면서 행복한 이유 중 하나는
이제 곧 그만둔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만두는 게 맞기 때문에
복학 신청을 했다.

하지만 정말 아쉬울 정도로 좋은 곳이다.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빚을 갚거나 돈이 급해서 하는 아르바이트가 아니라서
여유도 있고 집중도 잘 된다.
그러니 일도 더 잘 되고,
자연스럽게 인정을 받게 되었다.

일 잘 한다고
조장 언니가 잘 봐줘서,
손 빠른 사람 딱 세 명만 시켜주는 잔업 할 때도 나를 꼭 챙겨준다.
관리자들과 친하고 조장급인 언니 두 명이 있는데,
그 두 명과 나,
이렇게 셋이서 잔업을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언니에게 정말 감사하다.

주말에 가끔 몇 명만 잔업할 때도 꼭 넣어주고.
이번에 야간으로 옮겨서는 거의 내가 조장이 되었다.
야간 작업자들은 전부다 처음이니까,
내가 가르쳐 드리면서 작업을 하게 됐다.

일을 열심히 하니까 
아웃소싱 직원도 살갑게 대해주고-
공장 직원들하고도 친해져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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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쩄든 오늘은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음을 느낀 날이다.
또한 내가 사랑을 잔뜩 하고 있음도 
느껴지는 날이다

오늘부터 야간 출근이다.
힘들겠지만 열심히 해보기!
밤에 자면 안 돼서 꺠어 있는 중인데,
낮에 13시간 동안 일 하고 나서 깨어 있으려니 힘들다.

그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