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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
 3개월이 지났다. 역시나 많은 일이 있었고, 필명을 바꿨다.   합니다.
조회: 2393 , 2016-05-25 02:02


울다를 시작한 지 5년이 넘었다.
그새 아이디를 두 세 번 바꾼 것 같다.

과거의 나와 이별하고 싶어서 한 번,
여자친구를 잊으려고 또 한 번,

가장 최근에 쓴, 3개월 전 일기를 봤다.
투자 논의가 진행중이었고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었다.

투자 논의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벌써 3개월이나 됐구나..)
관심 없다 돈 더 들고 와라. 라고 했더니 진짜 더 들고 오겠다며 가더니
그 이후 연락이 없다.(2주 정도 된 듯) 연락이 오거나 말거나 나는 한 걸음씩 나아가면 그만이다.

여자친구와는 헤어졌다.
헤어진 것도 벌써 두 달이 지났네.
꽤나 오래 만났는데 헤어지는 건 생각보다 쉽다.

아니, 
쉽지 않을 수 있었는데
가장 많은 일을 하던 직원이 교통사고가 나서
내가 그 업무를 전적으로 다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하루하루 버티는 시간을 보내며 이별 후유증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사를 했고 잘 살고 있다.
침대를 복층에 올려야하는데 욕심내서 퀸사이즈를 샀더니 계단으로 올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알바몬에 단기 급구알바 시급 10,000원으로 올렸더니 금방 구해졌다. (1시간 만에 마감)
처음 보는 건장한 사내 4명을 집으로 데려와서 침대를 올렸다.

불과 3년 전.
시급 6,000원짜리 버리고 6,500원짜리 골라 다니며 근근이 살아가던 내 과거가
시급 10,000원짜리 4명 불러서 실제로는 10분씩 일했는데도 아까운 마음 하나 없이
고마운 마음으로 10,000원을 내주는 내 모습 위에 오버랩 된다.

간혹 너무 성장한(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내 모습을 돌아보면 낯설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의 나에 너무 익숙해진 바람에 과거의 내가 낯설게 느껴지는거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텐데 그럼 점점 더 과거의 나와 멀어질까 두렵다.

어쩌면 내가 울다를 종종 찾는 건
과거의 내 기록들을 들춰보며, '아,,, 나 안 변했구나'를 확인하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아주 오래 된 과거도 아니고, 그저 5년 전, 3년 전의 나를 보면 지금에 비해 너무나 순수한데
그 때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서글프다.

그저 그 때 처럼, 마치 봄날의 어린 새싹 이 세상을 처음 보는 그 마음으로 늘 새로운 아침을 맞고 싶다.

 

.
욕심이 지나친건가?
아니다.
처음 울다를 알게 됐을 때가 완연한 봄이었다면 (그래서 필명이 '봄'이었던가)
아직 여름은 아니고 늦봄이다.
여전히 새싹은 피어나고 있고
여전히 세상은 새로움으로 가득 차있다.








봄여름   18.06.29

많이 변한 것 같지만, 전혀 변하지 않았다
난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