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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
 없는 게 메리트라네   합니다.
조회: 2277 , 2017-01-30 17:57



한 살 더 먹었다.
과연 나는 그 한 살을 제대로 먹었는가.
성장했는가.

사회적인 시선으로 보면 나쁘지 않다.
아니, 객관적으로 잘했다고 볼 수 있을 거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어떤가.
자신있게 "성장했다"고, "잘했다"고 말할 수 있겠나
칭찬할 수 있겠나.

글쎄.

좋게 말하면, 현실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내가 평범하지 않은 세계관을 갖고 산다는 것을 깨달았다.
알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알게 되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많은 것을 인정하게 됐다.
음,, 나쁘게 말하면 "한국 사회에 물들었다."

현실과 무관하게 내 그릇의 크기는 커졌을까.
아니, 
아이러니하게도 가진 게 많아진 만큼 마음의 그릇은 작아진 것 같다.

아무것도 없던 빈손이던 시절
못할 게 없었다.
가진 게 없어도 열정과 끈기로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인데,
열정과 끈기 이외에도 필요한 게 너무나 많았지만,
어쨌든 그 신념이 있었기에 기발한 방법으로, 남들과 다르게 성공(?)할 수 있었다.
(적어도 지금까지 회사가 살아있으니 실패는 아니니까..)

그런데 지금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고 할 때,
이미 가진 자원 안에서만 어떻게 해보려고 생각을 한다는 거다.
즉, 나도 모르게 생각의 울타리가 생겨버린 것이다.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과거의 나는
"그래, 해보자. 이렇게 하면 될 거야." 였다면,
오늘의 나는 '지금 현실적으로 힘들어, 다른 방법이 없나.'라고 생각한다는 거다.
가진 게 있으니 오히려 가진 것 내에서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무런 한계를 짓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며 살던 내가, 그렇게 살아야 행복한 내가.
지금 가진 것 내에서 한계를 짓고 있다는 거다.
(세상 속상...)

과거의 나를 타자화해서 객관적으로 봤다.
내 기질이 그런 것도 있겠지만, 분명 환경이 좋았다. 그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던 거다.
아무것도 없으니, 한계, 울타리 또한 없었다. 그게 엄청난 행운이었다.

'공부는 망치로 합니다.'라고... 존경했던 교수님께서 말씀하셨었다.
나 스스로 나를 가둬두는 일은 있으면 안 된다. 한계를 깨야 한다.

없는 게 메리트라는 생각으로
다시 생각하자.





봄여름   23.11.09

공부는 망치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