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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
 대충 사는 삶은 여기까지입니다.   합니다.
조회: 2301 , 2015-12-13 18:44



내 삶의 태도 중 가장 잘못된 것 하나를 꼽는다면
'대충'입니다.

모든 일을 '대충'하려는 태도는 일을 여러 번 다시 하게 만듭니다.
반성을 수도없이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삶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니 비슷한 실수를 반복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자꾸만 경솔하게,대충 일을 하고 싶더라도
의식적으로 붙잡아서 차분하게,다시 한 번 돌아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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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 걸어가는 길에 얕은 개울을 만났습니다. 
보아하니 발목까지만 적시면 가볍게 건널 수 있어 보입니다.
맨발에 슬리퍼만 신고 있는 상황에서 시원하게 발도 씻을 겸 첨벙첨벙 건너면 될 것 같습니다.
망설일 필요가 전혀 없어보입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친구가 말립니다.
물이 보기보다 깊을 수도 있고, 바닥이 푹 꺼질 수도 있고, 유리가 있을 수도 있고 등등....
5분만 아래로 내려가면 돌다리가 있으니 조금만 돌아가자고 합니다.

무슨 개소리냐,
갈 길이 먼데, 날도 더운데, 도대체 왜 돌아가야하느냐
딱 보면 모르겠냐 물이 뭐가 깊냐, 그리고 유리가 어디 보이냐, 만약 있어도 슬리퍼 신어서 괜찮다.

내가 우기니 친구는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먼저 들어가고 친구도 뒤따라 들어왔습니다.
한 걸음, 두 걸음 괜찮은가 싶더니 갑자기 땅에 슬리퍼가 박혀서 빠지질 않습니다.
힘을 내서 발을 뺐더니 슬리퍼는 박혀서 안나오고 발만 나왔습니다.
슬리퍼를 빼려고 몸을 숙이는 순간 슬리퍼가 물 위로 떠올라서 떠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젠장.
첨벙첨벙 슬리퍼를 잡으러 가는데 물에서 걸음은 느리기만하고
물살은 보기보다 빨라서 슬리퍼는 시야에서 점점 멀어집니다.
안되겠다싶어서 슬리퍼 잡으러 가는 것을 포기하고 일단 건너갑니다.

물 건너로 도착하자마자 슬리퍼가 떠내려간 방향으로 뛰어갑니다.
달려가다보니 운 좋게 슬리퍼가 돌다리에 걸려있습니다.
아까 친구가 말했던 그 돌다리까지 결국 왔네요.
슬리퍼를 건져내어 신으려고 보니 발바닥에서 피가 보입니다.
맨발로 건너면서 날카로운 무언가에 찔린 것 같습니다.

돌아와보니
결국 돌다리로 건널 때보다 시간은 시간대로 더 걸리고
슬리퍼도 잃어버릴 뻔하고, 다치기까지 했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속담이 있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진대,
돌다리를 옆에 두고도 무시하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훗날 돌아볼 수 있는 추억은 생겼을지 몰라도
애초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하고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실수를 추억으로 미화할 수 있는 나이는 진작에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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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을 좋아해서 겪는 시행착오는 여기까지로 충분합니다.
더 반복하면 바보입니다.









질주[疾走]   15.12.14

맞습니다 서초동님!!! 저도 대충사는 삶은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