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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경성
 자존감   ㅇㅇ
조회: 1791 , 2018-09-18 06:59

어제 점심을 먹고 고깃집 면접을 갔었다

내 생에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날이기도 했다



고깃집은 보통 힘든 알바라고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일단 면접을 갔었다

꽤나 젊어 보이는 사장님이 계셨었고 가게 크기도 꽤나 컸다

짧게 면접을 끝냈고 나보고 바로 오늘 저녁부터 출근하라고 했다


면접만 패스한건데도 뭔가 너무 기뻐서 알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가족들한테 전했을 때
그렇게나 좋아했다


결론은 출근하고 3시간만에 짤렸다



처음 출근하고 옷을 갈아입고 일을 배우기 시작하는데 

알바생들이 나를 포함해 8명정도 있었던 것 같다

나를 처음 보는 알바생들의 표정은 그리 좋았던 것 같지 않았다

단순히 처음이라 관찰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나를 탐탁지않아하고 오히려 반가워하지않는 것 같았다

나를 싫어하는 느낌을 받았다


사장님은 나에게 일단 일을 배워야하니까 저기 구석탱이에 서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잡으라고

하셔서 열심히 눈을 굴리면서 관찰했지만  이런 분위기는 언제나 나를 숨막히게 한다

나는 능동적인 사람이기보다는 수동적인 사람이라.. 그냥 옆에 달고 끌고다니면서 일을 가르쳐주거나

했으면 했지만 아무래도 바빠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도 일은 배워야하기에 열심히 어깨너머로 쭉 살펴봤다

하지만 계속 내가 궁금한 것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어봐도 알바생들은 나를 피하려고 하는 느낌만 받고

나를 싫어하는 알바들의 표정이 내 눈에도 보였어서  시간이 갈수록 나는 더 위축되어져갔다


난 역시 성격이 내성적이라 손님들에게 인사 소리도 크게 크게 하질 못했다 

그리고 우물쭈물했었다..  바보같은 모습들을 보여버렸다

얼마 안 가서 매니저쯤 되어보이는 사람이 사장님께 귀뜸 한 마디 하더니 사장님께서 오셔서

그냥 옷입고 집가라고 하셔서 그렇게 내 첫 알바는 끝났다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나는 참 한심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난 그것보다 당장 엄마얼굴을 도저히 못볼 것 같아서 집에 들어가질 못하고 근처를 
그저 하염없이 생각하면서 걸었다

뭐라고 변명해야되나

고민끝에 그냥 집에 들어갔고 
짤렸다고 엄마한테 말하니 엄마는 괜찮다고 오히려 나를 다독여주셨다 


아들 기죽을까봐 오히려 엄마쪽에서 나를 더욱 다독여주니 
오히려 나는 그런게 더 슬펐다


새벽에 누워서도 잠을 못자고 계속 떠올렸다

내 바보같았던 모습들... 아 그 때 그렇게 행동하지말고 좀 더 이렇게 할걸 하는 생각들...





오늘은 이따가 초밥집에 전화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이 일기를 다 쓰고 
저번에 사온 영어 일본어참고서를 보고 공부를 시작할 생각이다


프러시안블루   18.09.18

여러 사람이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 일들은 나중에 해보는게 어떨까요?
내성적인 사람은 보조맞추는 일에 너무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요.
내향적인 사람의 시선은 내면을 향해 있는데 그걸 억지로 밖으로 돌려야 하잖아요.

협업이 아닌 개인 단위 일 (예컨데, 주유소, 편의점)를 찾아보는게 나을듯해요
사람을 덜 만나는 일이 더 좋구요 (예를들면, 모텔 청소, 공장의 조립라인..)

기쁘미   18.09.18

지나가다) 진짜 구체적인 조언다운 조언이세요..

스즈   18.09.18

알바중에 제일 힘들고 고된것 중에 고깃집이에요 너무 망연자실 안하시면 좋겠어요 :)
물론 돈이 많이되고, 손님들이 이것저것 추가할 부분이 굉장히 많아서 헷갈릴 것도 당연히 많을거에요.
그리고 ' 일도 혼나가면서 배워나가는거지 채찍질 하면서 배워나가는거지' 라는 마인드를 갖고 일을하면
덜 감정소모가 적더라구요. 평소 감정소비가 크다면 서비스직은 피하시는게 맞을 것 같아요.
같은 알바인으로써 힘내시라고 몇 댓글 적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