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2475 , 2019-09-11 19:58 |
경찰을 준비하다가 최불을 하고, 먹고사는 문제로 그냥 밥벌이를 하고있는 동생이
보고싶다고 했다.
누나랑 그때 공부할 때 책 교환할때, 잊지 못한다고.
누나 참 예뻤다며, 아직도 예쁘냐며.
네 기억에 뭔가 왜곡이 있는 것 같다며, 나는 벌써 나이를 먹었고
늙어가는 중이며, 그때와 나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아예 그럴거면 다신 만나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이런 모습이든 저런 모습이든,
모두 누나의 모습이니까 괜찮아요, 라고 말하는 녀석에게
그럼 오늘 커피 한잔하자, 저녁에, 퇴근하고.
밥은 안 먹어요? 라는 말에 그럼 맥주로 바꾸자, 가볍게 맥주로 하자.
아직 뚜벅이라는 말에 퇴근하고 녀석의 집 앞까지 갔다.
주차를 하고, 어둑어둑해진 밤길을 걷는다.
누나는 아직 여전해요. 하나도 안 변했어요. 머리길이만 달라졌네뭐
내가 왜, 밤에 보자고 한 줄 알아? 어두우니까 잘 안보이잖아, 늙었어,이제 나.
그래도 예쁜걸요.
조용한데가 좋아요, 시끄럽지만 분위기 좋은 곳이 좋아요?
난 조용한 데가 좋아. 시끄러운데는 별로..
원래 여기 2차로 조용히 오는 곳인데, 여기로 가요. 분위기 좋아요. 조명도 예쁘고.
맥주를 홀짝이며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1년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 이야기, 시험 이야기, 공부 이야기, 부모님 이야기, 친구 이야기.
사소하면서도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늘여놓으면서
맞장구를 치고 웃고 한참을 떠든다.
누나 그래도 멋있게 사는 것 같아요. 그때도 누나 참 좋아보였는데.
멋있긴, 그냥그냥 주어진대로 사는거야.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준비도 안 되어있고, 나는 미래를 생각하면 겁부터 나는데. 누나는 안그래요?
야. 나라고 무슨 깡이 있어서, 미래가 안 무섭겠냐. 매일매일이 무섭지...
그래도 사는 거 밖에 없어. 그 속에서 사소하게 즐겁게 웃을 일을 만들고, 뭐 그런거지.
15년도에 누나 봤었을땐 남자친구분 있었는데, 매번 헤어지고 또 만나고.. 지금은요?
나? 몇년동안, 매일매일 헤어지는 중이야.
아... 그러면 썸 타는 사람은?
썸?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일때문에 만난 사람들이 지금 내 주변의 대부분이라서..
그래도 맘에 드는 사람도 없어요? 한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도?
그다지, 없어.
그럼 누나 있다가 갈떄 영선이 손 잡고 걷자.
지금 영선이 끼 부리는거야? ㅠ
하하하하하하하, 하고 한참을 웃고는
몇년만에 만났는데 한결같아서 진짜 좋아요. 누나 예전처럼 예뻐요, 진짜 존예.
영선아, 존예,라는 단어 뜻이 언제부터 바꼈어?
진짜에요.
녀석을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40분동안
녀석은 조심해서 들어가라, 도착해서 전화해라, 걱정한다, 피곤해서 어쩌냐
쉴 새 없이 연락을 하고,
나는 알아서 잘 들어가니까 걱정하지 말고 먼저 자라고 말한다.
기어코 집에 왔다는 말을 듣고서야 잠드는 녀석에게,
고맙다고 한마디 남긴다.
내가 지금보다 조금만 더 어렸으면,
녀석과 연애를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 이 누나, 진짜 눈치없네, 라고 웃고 넘기는 녀석을 보면서
눈치 없는게 아니라, 눈치가 백단이라서, 차라리 모른 척 하는거라고.
앞날이 창창한, 아직 어린 너는 더 좋은, 나은 사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고
속으로 말해본다.
가을을 심하게 타는데, 큰일이다.
과거와 현재가 뒤죽박죽. 내 마음도 뒤죽박죽.
물 먹은 솜 같다, 정말.
기쁘미
19.09.12
몇살차이신지 여쭤봐도되나여 ㅋㅋㅋ |
向月
19.09.14
3살차이에요. 나이차이보다, 그냥 제나이가...ㅎ |
HR-career
19.09.12
역시 신추(新秋)문예일세 !!~~ 허허~~ |
向月
19.09.14
뭐야 이게ㅋㅋ |
HR-career
19.09.14
가을이잖소 ㅎ |
꿈과 희망
19.09.13
향월님은 참 고우실것같아요 |
向月
19.09.14
매번 읽고서, 곱다고 예쁘다고 해주셔서 정말 부끄러워요. 항상 예쁘게 봐주시는 그대도, 따뜻하고 멋진분일거라 믿고, 또 그리 알고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