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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밥
 힘들 때 읽어봐   .
조회: 1812 , 2020-01-31 01:52

일기2


 쾌락을 담당하는 뇌의 부분, 측좌핵에 전극을 연결한 후 쥐에게 전류를 흐르게 하는 버튼을 누르게 훈련한다. 쥐가 버튼을 누르면 측좌핵에 전류가 흘러 쾌락을 느끼게 된다. 버튼을 누르는 쥐는 어떻게 되었을까? 수면도 음식도 성욕구도 마다하고 이틀동안 오로지 버튼만 누르다 쥐는 죽었다. 생존욕구까지 버린 쥐는 쾌락을 쫓다 그렇게 죽어버리고 만다. 이것은 포유류의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즉슨, 이성을 따른다고 하는 인간 또한 똑같은 실험에서 똑같은 결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렇게 측좌핵은 위험한 영향력을 우리에게 끼치고 있다. 우리의 하고자 하는 동기, 의지 또한 여기서 주관하고 있다. 여기서 섭취에 의한 중독이나, 성욕, 스마트폰 같은 행위에 의한 중독에 의해서 측좌핵이 점령당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가 놓지 못하는 중독적인 것이 나를 파멸로 이끌고 가는 것을 나의 주변사람들은 물론 자신까지도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제어하지 못한다. 쥐의 실험과 여타 다를 것이 무엇인가. 전극만 꽂지 않았을 뿐 이미 우리는 통제권을 잃고 딸깍 버튼을 누르고 있다. 중독에 점령당한 뇌는 목표지향적인 의지가 약해지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감정 또한 옅어진다. 공허해지고 무신경해지고 더 중독에 빠져들고 만다. 중독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자신이 결핍에 시달리고 있는 것에 따라 중독 대상이 결정된다. 불안정한 사람은 진정제를 찾고, 감정이 외로운 사람은 달랠 수 있는 게임이나 쇼핑에 빠진다. 그렇게 중독에 빠지면 마비가 된다. 마비가 된다면 고통을 피할 수 있다하더라도 따스한 감각 또한 잃고 많다. 나는 이 부분에서 깨달은 것이 있었는데 지난 날 내가 그토록 아파하고 슬퍼하고 고통스러웠던 것은 반대로 그만큼의 행복 또한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슬픔에 익숙해지고, 적응하지 않아도 된다. 난 오히려 더 슬펐으면 좋겠다. 그만큼 난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니까.

 읽다보니 강변에서 생각하였던 수많은 고민들도 공허한 마음도 어쩌면 내 뇌의 일종의 전기작용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마비된 측좌핵의 일반적인 작용이 나의 이런 감정표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나의 전기작용밖에 되지 않는다니. 허무하기도 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또 무섭게도 책에 나오는 증상과 나의 증상이 일치해서 경각심이 들기도 하고. 아직 솔루션 부분은 읽지 않아서 중독이 얼마나 처절한 싸움이 될지 모르겠다. 이미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무뎌진 것도 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을 잘 못 하겠다든지 몇 년 전에 비해 이젠 고통에 익숙해진 것이다. 증거로 책에서 중독의 심각성을 이렇게 말하고 있는데도 정작 나는 무덤덤하다. 내가 케어를 잘해 이 중독에서 벗어나더라도 사라져 버린 감정을 되돌리는 데 쉽지 않을 수도 있고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시도하려는 이 자체가 그냥 감사하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거나 슬픔을 느낄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아직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니 잘 버텨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