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1795 , 2020-06-24 02:05 |
마당개가 호흡곤란과 혈색소뇨가 심해 동물병원에 갔더니 사상충 4기caval syndrome이었다.
1차 병원에서는 3기로 보며 주사치료를 권고받았다. 이 때는 그나마 상태가 좋아보였으나 처방받은 용해제(스테로이드) 복용 후 밤새 호흡곤란이 더 심하고 거동이 어려워 밤을 꼴딱 세고는 24시간 병원으로 데려갔다. 엑스레이-초음파까지 찍고 4기 판정 후 생존확률 7-80%에 어렵게 수술을 결정했다.
나빠지는 수치에 급히 수술을 결정했는데 7시라길래 오전일 줄 알았더니 내일 저녁 수술 스케줄을 잡았다. 오전에 해달라니까 출근이 오후부터라 개가 또 하루를 견뎌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의사도 스텝이 없다며 곤란해하고 담당의라 계속 개를 맡아주어야 하니 오후 스케줄에 맞춰 병원에 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할 일은 우선,
1 오전 수업일정 늦추기, 오후 수업일정 당기기
2 부근 1차 병원 방문.
전처치 기간이 어느 정도 있기를 바랬는데 기생충이 많아 심장이 버거워보였다. 실데나필을 투여했어도 충이 폐로 내려가지 않고 더 투여를 하고 싶어도 호흡곤란으로 입원을 계속하고 있어 집에서 케어를 해도 될 상황인건지 모르겠다ㅜㅜ 내일 검사내용을 들고 부근 1차 병원을 돌아봐야한다.
수술마치고 호흡돌아오면 데리고 집에 올 수 있겠지..비용은 수술에 입원까지 몇 백 단위의 돈이 들 것 같다. 마침 오른 변액보험이 있어 그걸 중도인출해서 300가량 사용하고 나머지는 차차 생각해봐야지.
코로나 때문에 시간여유가 생겨 개를 돌볼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그 새벽녘 집에서 고개를 들고 가쁜 호흡하던 찡그려진 갈색 눈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모르고 바라보고 있던 게 생각난다.
오늘 병원 산소방에 축 늘어져있다가 알아보고는 튀어나올 만큼 똥그래진 눈과 누나랑 아빠가 왔으니 가까이 가고 싶은데 투명벽이 왜 안 밀리는지 몰라 울어대던 게 생각난다.
가끔 신천에서 마주친 유모차 탄 강아지와 조금 극성으로 관리하던 견주분들이 떠오르며 그분들만큼의 조심성도 없는 나를 탓한다. 생각없이 개를 키우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6년 전에 우리 집 마당에서 차멀미에 토하며 벌벌 떨고 서 있었던 건 하나의 생명이었다.
프러시안블루
20.06.30
마당개 경과는 어때요? |
볼빨간
20.07.03
힘든 수술이었지만 살았어요. 오늘 병원다녀오곤 지쳤는지 누워 있구요. 약 복용과 몸속 충들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혈액검사 수치가 좋아요.. 갑자기 울컥하네요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