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2481 , 2008-05-23 16:20 |
며칠 전에 그룹을 하면서 컬러링을 하고 있었어.
가끔 나에게도 완벽주의 근성이 나타나거든.
거의 멋진 그림을 완성할 무렵
실수를 해서 한가운데에 얼룩이 지고 말았어.
B형 성격에 갑자기 욱 하는거야.
그냥 그림을 찢어 버리고 싶었어.
그러다가 머리에서 번쩍 하면서 생각 하나가 스친거야.
저 얼룩을 이용해서 무늬를 그려야겠다.
그냥 평범한 그림이 될 뻔한게
무늬를 새겨넣음으로 확 달라진거야.
위기를 기회로 사용하기.
똑같은 불에 버터는 녹지만 달걀은 단단해지잖아.
모든건 자기 자신에게 달린거야.
요즘 생각이 부쩍 많아져서 좀 힘들었어.
생각이 많아지니까 모든 것에 부정적이 되어버렸거든.
Vicious circle of depression이라는게 있어.
예기치 못한 안좋은 일이 생기면 우울해지잖아.
사람이 우울해지면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대.
부정적인 시야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그 사람을 더 우울하게 만들고
그 우울함은 더 세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
이게 계속 돌고 돌면서 점점 악화되는거야.
이 vicious circle을 탈출하려면,
생각을 바꿔야 돼.
감정이라는 것은 natural한 것이라서 바꿀 수가 없는 거거든.
하지만 생각은 바꿀 수가 있어.
슬퍼하는 사람한테
내가 하나, 둘, 셋을 세면 너의 감정을 행복하게 바꿔봐.
하면 슬픈 사람이 순식간에 행복을 느낄 수는 없잖아.
하지만 머리 속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넣고
하나, 둘, 셋을 세면 노란 세모로 바꾸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거야.
생각이 감정을 발생시키고 감정은 행동을 유발하거든.
그래서 생각을 바꾸면 모든걸 바꿀 수 있어.
근데 몇십년동안 뿌리깊이 박힌 사고방식을
하루 아침에 바꾸긴 힘들겠지.
그래서 연습이 필요한거야.
Practice makes things per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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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뭔가 배워가는거 같은데,
머리 속에 빙빙 도는 것은 많은데,
내 마음 속에 꿈틀대는 것은 많은데,
환자가 내게 어떠한 기회를 줬을 때,
바보 같이 자꾸 놓치는거야.
David이 어느날 내게 와서 그랬어.
우리는 게임을 하고 있는거라고,
오늘 네가 환자를 보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그 환자가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이 병원을 나서면
너는 지는거라고,
너는 환자를 잃게 된다고,
맞아.
그 환자들 죽고 싶어서 환장한 사람들이거든.
병원 나서자마자
타이레놀 한병을 목구멍에 삼키거나
칼로 손목을 긋거나 목을 매달거나 차로 뛰어들거든.
그래서 David은 환자만 보면 안달한대.
오늘 이 환자를 놓치면 다시는 못볼거 같아서..
가끔 David의 넘치는 에너지가 너무 부러울 때도 있어.
한순간 한순간이 절실한데
내가 아직 많이 부족해서 좌절스러웠어.
validation의 기회를 자꾸 놓치는게 화가났고,
환자의 반응에 좀 더 therapeutic하게 다가가지 못한게 화가났고,
치료적 변화를 창출하기위해 너무나 많은 기간이 걸리는
음악치료에 좌절했고,
논리 정연하게 말해도 이해시키기 힘든 환자들
내 부족한 영어로 더 혼란스럽게 하지는 않는지
가끔씩 매끄럽지 못한 내 영어 실력에 화가 났어.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영어 매끄럽지 못한거 당연한거고,
이제 배우는 입장으로서 치료사로서 부족한거 당연한거야.
이제 4개월차 인턴인데,,
생각이 많아지니까 자꾸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만 하게 되잖아.
이런 자기파괴적인 생각들을 생산적으로 바꿔보려고,
내일 환자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내 생각을 어떻게 더 쉽고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이 공부하려구,,
다시 일어서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