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2642 , 2011-12-29 12:48 |
ㅇ 문제는 조직(자유기업센타)이 성장해나감에 따라 내 업무는 이런 기질과 점점 멀어졌다는 것이다
연구원이 작은 조직(한국경제연구원)이었던 시기에는 "연구원=공병호"라는 등식이 성립했다.
그러나 조직이 점차 성장해 나가면서 기관장은 돈을 모으거나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연구원이
조직으로서의 성과를 최대한 올릴 수 있게 하는 행정적인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중략)
다만 내 본래 기질과 매우 동떨어진 종류의 일이었고, 그것이 내 주된 업무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반발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때문에 내게 있어 중년의 위기는 기질에 맞지 않는
일에 대한 고민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일이라 생각한다 - 46쪽-
ㅇ 어떤이는 조직을 관리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일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는 반면, 또 어떤 이는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서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는 일을 행복하게 여긴다. 전자는 <조직형 인간>
후자는 <창조형 인간>이라 할 수 있는데,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은 주로 예술가적 특성을 갖는다.
그런 사람이 조직형 인간으로 살아가야 한다면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업적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개인
적 차원에서의 행복도는 크게 떨어질 것이다 - 47쪽-
ㅇ 경제학에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이란 용어가 있다. 특정 국가의 진로는 우연히 주어지는
초기값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을 뜻하는 말인데, 한 사람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필연이든 우연이든 출발
선에서 주어지는 어떤 조건이나 특성과 같은 초기값이 이후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우리들 대부분이 이런 인생 저런 인생을 모두 살아볼 수 없는 것은 바로 그 초기값 때문이다 -49쪽-
[경로의존성]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y)이란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폴 데이비드와 브라이언 아서 교수가 주창한 개념으로,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한 번 일정한 방향성에 익숙해지고 나면 나중에 그 방향이 옳지 않거나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에도 그 방향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을 말한다. 말하자면 물리학의 '관성의 법칙'이 사회심리학에도 고스란히 재연된다는 말이다.
(예) qwerty의 배열은 실제로 빠른 타자를 치기위해서는 다소 불편한데 실제로 초기 타자기 개발자들은
타자 속도가 너무 빨라서 타자기가 엉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러한 배열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후 컴퓨터에도 동일한 자판배열이 도입되었다. 이유는 바로 새것을 만들어낼 때 과거의 익숙함을 답습하려는 의존성이 있기 때문.
ㅇ 직장인의 경우 특정 회사에 국한된 지식이나 기술만 가지고 있다면 그 회사에 운명을 걸어야 할것이다
다른 회사에서는 그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직장인이 되려면 어느 곳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이 있으면 경쟁력 있는 직장인이 되어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갈 수
있을뿐만 아니라 협상력도 가질 수 있다. 경제학 용어로 말한다면 '대체탄력성'이 커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대체탄력성의 중요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선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늘 고민했다. 옮겨갈 수
없고 협상력도 가질 수 없다면 이는 자신의 자유를 가질 수 없음을 뜻한다 -235쪽-
티아레
11.12.30
우리 인생에서 경로의존적인 경향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떤 인생들에선 등종국성(equifinality)(동일귀착성)의 예를 보기도 하죠. 즉, 이런 저런 인생을 살아보고 다양한 경로를 거쳐서도 결국은 와야할 곳에 다다르게 되는 경우같은 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