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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상담 예약   deux.
조회: 2612 , 2012-03-07 20:49

상담소에 상담을 받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전화로 초기 상담을 한 후에
상담 일정을 잡는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뭐 때문인지
도저히 전화를 걸 용기가 나질 않는다.

뭘 물어볼까?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자세히 꼬치꼬치 캐물을까?

두려운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어두운 방에 오롯이 혼자 누워
그저 다시 떠올리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일들을
입 밖으로 내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한 편으로는
이렇게 나를 어렵게 만드는
상담소가 밉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조차 하나의 관문이겠지.
나의 경험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
이것조차 극복해야 하는
첫 단계일 거야.

.
.

지금 이 글을 쓰는 데도
몸에서 열이 오른다.

내일은 정말 전화를 해야 할 텐데.

티아레   12.03.08

몹시 긴장하고 있군요.
두려운 게 당연하리라고 생각해요.
믿을만한 어른이 누가 한명 같이 가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6월에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상담소에 같이 가줄께요.
하나양이 상담하는 동안 나는 밖에서 기다려주고.

하나양이 걱정하는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상담자가 절대로 꼬치꼬치 캐묻거나 하지 않을 거예요.
전문 상담가들이에요.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이끌어줘야 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지요.

전화로는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만 간단히 확인할 거고
상담소에서 상담이 시작되면 일상적인 얘기부터 조금씩 시작할 거예요.
하나양이 서서히 마음의 준비가 되고 상담자에 대한 신뢰감과 안정감이 생겨
스스로 얘기를 꺼내기까지 차분히 기다려줄 거예요.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억지로 더 하게 하거나 그 이상을 캐묻는 일은 없을 거구요.
이 정도는 상담의 기본이에요.

李하나   12.03.09

말씀만으로도 감사해요:) 상담 자체가 꺼려지는 것은 아니에요. 심리 상담이라는 거 몇 번 받아본 적 있고, 상담자의 상담 태도는 익히 알고 있어요. 다만 이 문제에 관해서 내가 입밖으로 낸다는 것이, 스스로가 갖고 있는 전화 공포증과 맞물려서 초기 상담 전화를 못 걸고 있는 거예요. 차라리 직접 방문해달라고 했으면 갈 수 있을텐데. 제가 전화를 잘 못 걸거든요ㅠㅠ상대가 누군지 모르는데 거기다가 대고 이야기를 하는 게 무서워서요.

李하나   12.03.09

자아가 너무 강해졌다라- 맞는 말씀이에요. 저도 항상 느끼고 있어요. 어쩔 때는 내가 나인지 잘 모르겠을 때도 있어요. 이건 나인가, 아니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인가. 아니면 또 그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인가. 하지만 아직은 자아를 놓칠 수가 없어요. 저의 정신을 키워줄 수 있는 게 제 자아밖에 없어요. 부모가 해줄 수 없는 일들을 제 자아가 저에게 해주고 있는 거예요. 상담을 받고, 그 꼬인 부분들, 그러니까 제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에 대해서 치료를 받게 된다면, 그 땐 둘이 아닌 '하나'로 살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말씀은 감사해요. 저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데, 원래 다 이런 건지, 아니면 제가 심한 건지 긴가민가 했었거든요:)
그나저나 sky님도 힘든 시절을 보내셨네요. 사실 저렇게 한 줄로 요약되지만 실제로 그 삶이 어떨 지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되요. 저도 네 인생의 불행을 한 줄로 요약해봐라, 하면 요약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 경험을 떠올리면 소름이 끼치거든요. sky님의 일기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마음, 괜찮으시길 바라요. 댓글 감사해요.

taik   12.03.09

용기를 내세요~! 힘내세요~!

李하나   12.03.09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