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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사랑해   연애
조회: 3078 , 2012-09-18 11:26




어제도 하루 종일
오빠랑 카톡을 하면서 피곤했다.
물론 이제는 내가 답장을 하기 싫으면
안 하고 
하고 싶으면 하고.
그런 부담은 덜어져서 
카톡 자체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다.

그런데 어제는
괜시리 오빠가 미웠다.

내가 무슨 말을 하든
공감은 안 해주고 
뭐 싫다, 별로다, 아니다 
이런 식으로 부정만 하는 게 꼴보기 싫었다.
태풍인데도 학교에 가는 게 짜증이 났는지
피곤했는지
아무튼 말투가 각져 있었다.

사실 이건 사귀기 전부터
내가 걱정하던 부분이었다.
오빠가 좋기는 했지만
늘 이야기를 하면서
부딪치는 부분이 있었다.

오빠는 조금 짖궃고 부정적인 면이 있는데
내가 가장 못 어울리는 종류의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지하게
아, 이 사람이랑 사귀면 이것 떄문에
스트레스 받을 것 같은데
시작하지 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아무튼
그래서 조금 싫었고
과제하는 오빠를 두고
먼저 자려고 
이제 잔다고 이야기했더니




'잘자 우리 하나
좋은 꿈 꾸고 , 사랑해♥'



.
.









순간 목이 메었다.
내가 하루 종일 그렇게 틱틱댔는데
자기도 나한테 그랬으면서
그래도 밤에는 다시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이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누가 나를 좋아하는 걸까,
내가 왜 좋지?
어쨰서 변하지 않는 걸까? 
라는 의구심도 들었다.

정말로 나를 좋아하는 걸까? 
내가 싫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오빠가 나를 좋아한다는 게 믿음이 가질 않았다.


사실 오빠랑 사귀면서
내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 의심이 깔려 있었다.
나를 진짜로 좋아하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나도 표현하지는 않을래,
하는.
나의 존재에 대한 본원적인 부정.

이제는 얻었다고 생각했던
자존감의 부재.


그동안 
자존감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자랑스러웠는데.
개뿔
나한테는 손톱만큼의 자존감도 없었다.


누가 나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질 못하잖아.
혹여라도 그게 아니었을까봐
방어만 하고 있잖아.



.
.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제대로 사랑해주지도 않는 
그런 나를
여전히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주는
오빠가 어딘가에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렇게 울었다.





아직도 
나는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
내 안에는 그런 것이 있지 않다.
나는 그냥 텅 비어있을 뿐이다.


아주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누군가한테 사랑 받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누가 나의 존재를 행복해해주는
그런 느낌이 무엇인지를.

.
.




처음부터 다시
자라고 있는
중이다.

모래   12.09.18

제 모습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