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C버전
공개일기 한줄일기 내일기장
李하나
 조급한 마음 - 내가 있는 곳이 내가 될 수 있게   deux.
조회: 3114 , 2012-09-23 22:45



아마 당분간은 휴학을 하게 될 것 같다.
6개월이 될 지 1년이 될 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적어도 학자금 대출을 다 갚고
학교를 다닐 수 있을 돈을 어느 정도 마련할 때까지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
.


그런데 조급하다.
그 사이에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아서.



나는 늘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어서 나의 꿈과 목표를 찾아서 그것을 위한 준비를 착착,
해야한다는 생각.

남자친구를 보면 이미 진로를 정해서
필요한 자격증을 따고, 필요한 공부를 하고
실습과 봉사를 한다. 
그렇게 착착,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다.
무엇을 할 것인지 정한 것이 없기 때문에
아직 '해야 하는 것' 또한 없다.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들을 생각하는데
굉장히 많다.


영어 공부도 하고 싶고
다른 외국어 공부도 하고 싶고
전공 공부도 해놓고 싶고
전공 관련 서적들도 읽고 싶고
심리학 공부도 하고 싶고
글쓰는 거도 공부하고 싶고
포토샵, 프리미어 실력도 더 다지고 싶고
웹디자인도 배우고 싶다.


하도 하고 싶은 게 많다보니까
우선순위를 정하게 되고
우선순위를 정하다보니 계획을 짜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이란 모름지기
'그냥' 하면 되는건데
나는 자꾸만 '착착'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려 하는 것이다.


이상한 버릇이다.
조금 어긋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생 때 생긴 관념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나의 꿈과 목표를 정해서
그것을 위해 착착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주입되어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가보다.



사실 나는 꿈이 있다.
그 꿈에 도달할 방법을 아직 모르는 것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는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사람을 만든다.
그리고 건강한 인생을 살아가는 개인이 많아진다면
그 사회는 건강해질 것이다."


- 「부모-나 관계의 비밀」김태형, 전양숙 공저, 새뜰심리상담소



나는 나 자신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게끔 돕고 싶다.
그것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고 나아가
건강한 개인들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고
건강해진 사람들이 이룬 사회에서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도 건강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과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다.



하지만
아직 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잘 모르겠다.



.
.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몰라서 정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정할 필요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그냥 하고 싶은 것
내 꿈과 관련된 일들을 해나가면 된다.




.
.



아무것도 해야 할 일은 없다
해야 할 공부도 없으며
따야 할 자격증도 없고
채워야 할 봉사 시간, 실습 시간도 없다.
나는 그저
내 꿈을 품에 안고
살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
.




Dead Poets Society (죽은 시인의 사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올바른 교육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
에 관한 교훈을 주는 영화이다.



존 키팅 선생은 이야기한다.



"Carpediem
Seize the day.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그리고 학생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When you read a book, do not consider what author think.
Consider what you think. You must try to find your own voice."



존 키팅 선생은 어느 수업 시간에
학생들 세 명에게 '걸어보라'고 요구한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주춤주춤 걷다가 자신감 있게 걷기 시작하고
학생들은 박수로 박자를 맞춰준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신나게 걷다가 멈춘 그들에게 
키팅 선생은


"여러분들은 처음에는 각자의 방법대로 걸었지만
나중에는 앞사람을 따라 걸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지켜보던 사람들에게도 
"여러분은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여러분들도 박수를 치지 않았느냐."
고.
획일화되는 것은 위험하다, 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다시 주문한다.
"Walk on your own style."


학생들은 제멋대로 걷는다.
우스꽝스럽게, 이상하게, 웃기게, 
아무튼 그렇게 각자 다들 걷고 싶은 대로 걷는다.
그런데 한 학생만은 걷지 않고 있다.
찰리, 라는 학생이다.
키팅은 찰리에게 왜 걷지 않느냐고 묻는다.
찰리는 대답한다.



"Exercising the right not to walk."



내가 두번째로 좋아하는 문구이다.



.
.


우리는 자유롭게 걸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눈치보지 않고
자신이 걷고 싶은 대로 자신의 모습대로.
하지만 우리는
굳이 걸어야 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자유롭고 다양하게 꿈 꿔야 한다.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고 싶은 일을 정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굳이 하나의 꿈을 가져야 할 필요도 없다.


굳이 무언가를 이뤄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꿈, 목표, 성공
이런 것은 가난을 딛고 성공해야 했던
산업화 시대의 낭만이자 시대의 모토,
였을 뿐이다.
우리나라에게는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야만 했던 그 시절
우리의 등을 떠밀어주는
훌륭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하나의 목표에 매달려
죽을동 살동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목적지를 정해놓고
그곳으로 어떻게 하면 갈 수 있을 지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닿는 곳이 목적지가 되면 되는 것이다.




.
.



내가 가는 곳이 곧 길이 되고
내가 향하는 곳이 곧 나의 방향이 되고
내가 닿는 곳이 결국 내가 되는 것.


그런 삶을 살고 싶다.




.
.






그런 의미에서 조급해하지 않아야겠다.
아무것도 해야할 것은 없다.
영어공부를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외국어 공부를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포토샵 공부를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전공 공부를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봉사활동을 해야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나에게 
해야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내일을 위한 계획은 세우지 않아도 된다.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면 된다.



지금은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다 쓰면 나는 또 노래를 듣거나
책을 읽거나 할 것이다.
그거면 됐다.

해야 할 일은 없다.




.
.


남는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이 더 있다면 해야지.
하고 싶은 일이 없다면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규칙적으로는 살고 싶다.
규칙적으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