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를 생각하면
한 없이 미안해진다.
사랑받을 줄 모르고
사랑할 줄 모르는 내가
그러한 내 자신이
나의 존재가
참으로 미안하다.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내가
그러한 내 자신이
그러한 나의 존재가
참으로 미안하다.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지금은 내가 가장 중요한 시기라서 미안하다.
모든 것이 미안하다.
.
.
그러나
미안할 것은 없다.
다만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
이렇게 힘든 사람이며
그 힘듦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하게 노력하고 있는
나는
나이다.
나의 존재를
미안해 할 필요는 없다.
미안할 일이 아니다.
다만
조금
안타까울 분.
그리고 지독히
슬플 뿐.
.
.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이 겨울이
스스로를 파고들고
고통의 한 가운데에 던져질 이 겨울이
이 꽃의 겨울이 지나고 났을 때
너는 내 곁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그것이 나는 한 없이 슬플 뿐이다.
너는 단 한 번의 인연이다.
다시는 올 수 없는
단 한 번의 인연.
그것이 미어지게 슬플 뿐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내가 깨달은 대로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잃어야 한다는
그러한 꺠달음 대로
모든 것을 얻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잃어야 하는 것이 너라는 것이
눈물 고이게 슬플 뿐.
그 슬픔마저도 고스란히 내 것이다.
나는 너에게
쓸데없이 잘해주지 않을 것이다.
감상에 젖지도 않을 것이고
미안한 마음에 더 잘해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이 오로지 나를 위한 것임을
잘 알기 때문에.
나는 이 겨울에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나를 위해 너에게 잘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너를 위해
너를 나의 고통에 태울 것이다.
내리고 싶다면 내려도 좋다.
잡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타고 있고 싶다면 얼마든지 타고 있어도 좋다.
밀어내지도 않을 것이다.
너의 선택이다.
내 곁에 남든 떠나든.
다만 나는 정중히 바라본다.
네가 내 곁에 있어주기를.
그런 인연이기를.
이것조차 나를 위한 것이 아니기를.
.
.
꽃의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