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정신이나 몸이나
불일치와 불균형을 싫어하는 것 같다.
일치와 균형,
을 지향하기 때문에
불일치와 불균형의 상태는
언제나 불편하고 괴로울 수밖에 없다.
불일치와 불균형의 상태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면
사람은 일치와 균형을 지향하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까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언제나 일치와 균형을 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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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괴롭다.
아마 무언가 일치되지 못하고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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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약국에서 일하는 것이 괴롭다.
내가 바라는 나의 일상과
나의 일상이 일치하지 못해서
매우 괴롭다.
그래서 나는 약국에서의 나를
나라고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일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
약국 일을 할 때의 나는 내가 아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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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빠와 만나는 것이 괴롭다.
내가 생각했던 연애와 지금의 연애가
일치하지 못해서 괴롭다.
나의 마음과
오빠의 마음이 일치하지 못하는 것 같아
괴롭다.
내가 바라는 것과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
일치하지 못해 괴롭다.
나는 자주 만났으면 좋겠는데,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씩은 얼굴을 봤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오빠가 나를 보고 싶어 해줬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아서
너무나 힘들고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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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괴롭다.
내가 원하고 지향하는 나의 모습과
지금의 내 모습이 일치하지 않아서 괴롭다.
나는 성폭행을 당하지 않은 아이처럼
깨끗하고 맑고 밝고 곧고 싶다.
티없이 맑고 싶고 행복하고 싶다.
우울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쓸데없이 진지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늘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는 언니인 K양처럼
정도 많았으면 좋겠고
이것저것 경험도 많이 했으면 좋겠고
사람들하고도 잘 지냈으면 좋겠고
돈도 많았으면 좋겠다.
그러나 나는 지금 그렇지를 못하다.
현실은 시궁창이다.
성폭행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자주 우울에 빠지고
생산적이지 못하고
밝지도 맑지도 깨끗하지도 못하고
정이 많지도 않고
그늘도 잔뜩 깔려 있다.
나는 그런 내 모습이 싫다.
이 불일치가
나의 불행의 근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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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이
'하나'
가 될 때
나는 비로소 핻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