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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미안하다   deux.
조회: 2607 , 2012-12-06 23:57



오늘은 약국 회식을 했다.
국장님이 직원들을 다독이는 자리를 가진 것이었다.

이 약국은 회식을 참 많이 하는 것 같다.
만약 내가 마음이 괜찮은 상태에서 만났다면
참 친해졌을 사람들.

그렇기에 더더욱 미안하다.
나는 지금 이 사람들에게 내어줄 공간이 없다.
이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나를 열어놓을 여유도 없고
용기도 없다.

꽤나 괜찮은 사람들이기에
그것이 미안하다.


.
.


일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가 맡은 일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나의 마음은 
새로운 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너무너무 미안하다.

술자리에서도 나 혼자 다른 세상에 있었다.
미안하다.
노래방에도 따라가지 못했다.
같이 어울려 놀 마음의 에너지가 부족했다.
미안하다.



.
.



집으로 오는 길에 오빠와 통화를 했다.
피곤해보이는 오빠의 목소리에
나는 풀이 죽었다.
그리고 오빠를 실컷 미워했다.

그러고나니
한 없이 미안해졌다.



많이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다른 여자들처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당신이 보고 사랑했던
나의 밝고 적극적이고 예쁜 모습들을 
이제는 보여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가 당신을 속인 느낌이다.
당신이 속았다고 생각할까봐
그래서 나를 만난 것을 후회할까봐 걱정된다.

내가 내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혼란스러울 시기에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하다.
사랑하지 않았어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사랑해서 미안하다.
내 불행하고 더러운 인생에
당신을 끌어들여
진심으로 미안하다.




.
.



미안하다.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


뭐가 이렇게 미안한 게 많은 지.
상담 선생님하고 이 부분에 관해서 집중적으로 
이야기해보기로 했다.

나는 그냥 
모든 게 미안하다.
웬만하면.






누군가가 나한테 미안해해주기를 바라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