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밤, 들리지 않을 중얼거림.   미정
 흐림 hit : 640 , 2002-07-22 01:20 (월)
밤이다. 1시 7분이라..MSN에 아무도 없는걸 보니 넌 술을 마시고 있던가 뭔가 먹고 있겠구나.
내가 '긴급조치 19호'를 왜 보자고 했는지 원..정말 돈이 아까워 죽겠다.
즐거워지려고 본 건데...더 우울해지기만 하고...재미도 하나도 없고.
(서세원. 매장당해도 싼 인간이라고 봐. 이런걸 영화라고 돈을 받아?)

항상. 너한테 너무 많이 바라기만 하나봐.
난, 내가 어떻게 해야 널 기쁘게 해주는 건지 모르겠어. 정말이야. 모르겠어.
이 얘기 하면 또 화낼지도 모르지만, 난..날 사랑한다는 남자는 평생 없을 줄 알았어.
(..이런 얘기 자꾸 하면 정말 평생 없게 될 지도 모르지만)
예쁘지도 않고, 날씬하기는 커녕 뚱뚱하고, 성격이 애교있고 싹싹한 것도 아니고...
이런 생각 하면. 그래도 네가 내 애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만도 고맙지만.
..이렇게 혼자 땅 파다가 문득 제정신으로(과연 제정신인건지는 모르겠지만) 돌아올 때면,
나 조울증처럼 돼 버려.

나한테 네가 항상 솔직한 태도를 보이느라 그런 걸까?
너의 미소와 친절과 배려는, '영업용' 이기 때문에 친구들에게만 뿌려지는 거니?
학기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도 볼까 말까였지만, 방학한 지금은 거의 맨날 보다시피 하니까
별다른 특별한 느낌도 없니?
모르겠다. 나 혼자 생각하다 보면 뒤엉켜버려. 내가 뭘 바라고 있는걸까?
난 나를 잘 모르겠어. 그래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었어.
그러다 보면, 나를 알 수 있을까?

내가 왜 열심히 살려고 하고 있을까. 난 왜 강압적으로 그런 생각에 빠져 있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점 따고. 직장 잘 잡아서. 돈 잘 벌어야 한다는.
그런 속물적인 생각에, 나도 빠져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뭐지?
..하지만, 달리 특출난 능력도 재주도 없는 내가, 그것도 아니면 어떻게 살지?
그것 이외에, 내가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길이 또 어디에 있지?
동아리도 포기했어. 공부에 미쳐버릴려고. 근데 그게 안돼.
행복하지 않아.

친구가 그랬어. 우리 둘은...행복을 받아들이는 그릇이 남들보다 너무 큰 가보다고.
그래서 남들이 모두 만족하는 행복에도 우리는 만족하지 못하는 거라고.
정말 그런걸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 해본 적 있어.

아....모르겠어. 정말 짜증나.
내가 원하는게 뭘까? 네가 항상 잘해주는 것? 항상 챙겨주고 나 먼저 생각해 주는 것?
...나도 그러지 못하면서. 왜 바라기만 할까?
네가 차가워졌다고 생각해서 혼자 상처입고. 혼자 우울해지고. 혼자 견디지도 못하면서..
왜 그럴까, 나는? 요즘들어 점점 더 심해져만 가는데...

내 머릿속의 공황을 혼자서는 감당할 수가 없어져 간다. 감정들이 소용돌이 칠 때면...
...죽어버리고 싶기도 해.
책임질 수 없는 말이지만.

눈이 감긴다. 머리는 또랑또랑한데. 몹쓸 눈이야. 감히 주인을 배신하다니.

마음속으로 날 생각하는 것 만큼...표현해 주면 안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것이란건 없어...
넌 말 잘 하잖아...난 입으로 하는 건 도무지 못해서, 이렇게 손에 의지해
네가 절대로 안 볼 곳에다 쓰고 있지만..

그날 실수한 것 때문에 술도 다시 마시기가 싫어 지고...
이제. 무엇으로 아픔을 혼자 달래야 하나.

미치도록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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