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뭔가를 잘못하지 않았을까
내가 못된 여자애가 아닐까
나는 상대방의 감정을 잘 캐치하지 못해
그러니까 상대방이 지금 나한테 감정이 상했을 거야
내가 뭔가를 서운하게 했겠지
나는 원래 그런 걸 잘 못 해주니까
무뚝뚝하고
차갑고
관계에 어색하니까
내 쪽의 문제 때문에
지금 상대방이 마음이 상했을 거야
내가 뭘 잘못 했을까
나는 나쁜 아이다.
나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아이다.
나 때문에 상대방이 기분이 상했다.
내가 잘못했다.
내가 나쁘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아, 정말.
.
.
어제부터 시험공부로 밤을 새면서 하던 생각이다.
맞는 생각일까,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연애를 함에 있어서
언제나 상대방에 대한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
내가 연애를 잘 못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딱히 잘 해주지도 않고
애정이 넘치지도 않고
연락을 자주 하지도 않고
사랑을 해주지도 않는다.
살뜰하게 챙겨주지도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것부터가 누구의 기준인 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판단하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냥 내가 혼자 죄책감 갖는 걸 수도 있다.
나는 상대방과 떨어져 있을 때는
지금 눈 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느라고
상대방을 생각을 못 할 때가 많다.
그러면 나는 그런 나 자신 때문에
상대방에게 매우 미안해진다.
뭔가 내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은 것 같고
충분히 사랑해주지 못한 것 같다.
오늘도 오빠가 약간 삐진 것 같았는데,
그런 지 아닌 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죄책감 때문에 힘들었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나?
역시 나는 관계를 잘 못 맺어.
싸가지 없었나 보다, 하고.
.
.
하지만 딱히 합리적인 생각은 아니다.
애초에 관계에 있어서
내가 뭔가를 굉장히 잘못하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가는 거니까.
그것도 상대방이 까는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깔고 있는 거니까.
전혀 좋지 못하다.
설령 무언가를 잘못 하고 있더라도
그건 명확한 것이어야 한다.
막연히
연락을 많이 해주지 않았다고
더 자상하게 대해주지 않았다고
상대방이 삐졌을 때
살뜰하게 챙겨주지 않았다고
내가 무언가를 잘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물론 그런 점에 대해서
오빠가 삐치거나 속이 상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튼
룸메 아가의 말처럼
만났을 때 잘해주면 되는 것이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나는 충분히 잘 하고 있다.
어째서 상대방이 연락을 안 하는 것보다
내가 연락을 안 하는 거에 내가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가.
그럴 거면 차라리 그냥 연락을 하든가.
안 할 거면 스트레스를 받지 말든가.
오키?
나는 지금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더 잘 해줄 생각만 하면 되.
왜 못 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혼자 괴로워하는 거야?
그럴 거면 더 잘해주면 되는 거잖아.
왜, 그건 또 자존심 상해?
웃긴다 아주.
.
.
에혀 못난 이하나.
아무튼, 연애는 역시 시작하면 골치가 아프기 시작한다.
어제부터 오빠가 평소와는 다르다.
뭐 사실 사귄 지 얼마 안 되서
뭐가 진짠지 가늠은 안 되지만,
하루 전 날과는 확연히 다르다.
연락도 줄고,
카톡 답장의 길이라든지
통화하는 태도 역시 다르다.
나는 그것이 굉장히 신경이 쓰였는데
왜냐하면 일단 평소보다 덜 잘 해줘서 불안했기 때문이고
둘째는 내가 뭔가를 잘못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관계에서 내가 뭔가 문제가 있어서
오빠가 불편함을 느끼는가보다,
하고 생각되서.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것은 없다.
그리고 내가 잘못할 것도 없다.
나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나의 남자친구를 위해서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해야겠지만
한꺼번에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언제나 상대방이 원하는 것만큼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약에 원한다면 나에게 요구를 해야겠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들어주다보면
나도 지치게 된다.
.
.
어쨌든 나는 원래 살뜰하게 전화 한 통 한 통 챙기는 성격도 아니다.
그냥 가끔 연락해서 된통 잘 해주는 케이스지.
마찬가지다.
가끔씩 만나서 만나는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해서 잘 해주는 게 원래의 내 성격이다.
카톡하고 전화하면서 잘 해주는 건 인숙하지가 않다.
.
.
맞출 것은 맞추도록 노력하되
되도록 나의 본 모습을 지키자.
나의 원래 스타일대로.
인위적인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
.
어쨌든 중요한 건
내가 죄책감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미안해할 것도 없고
내가 스스로를 미워할 필요도 없다.
이게 원래 나다.
원래 이런데 뭘 어떡하란 말이야.
물론 잘못됐다면 고쳐야겠지만
누가 잘못됐다고 하지도 않는데
혼자 찔려서 그러면 뭐해.
누가 뭐라고 했어?
아니잖아, 아무도 내 성격 갖고 뭐라고 하는 사람 없어.
그러니까 지레 스트레스 받지 말자.
원래 무뚝뚝한 게 내 성격이잖아.
가끔씩 하트 뿅뿅해주지,
잘해주고 싶으면 된통 잘 해주고
잘 해주고 싶은 마음 없을 때는 내버려두는 게 내 원래 방식이니까
그런 걸로 스트레스 받지 말자.
이런 점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면 되겠지.
.
.
내가 원래 하던 대로 하는 거야.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도 듣고 조금씩 조율하면 되지.
일단 나는 내 모습대로 살기.
내 중심을 잃으면 아무의 중심도 잡을 수가 없다.
오늘은 시험이 두 개에다가 과제가 하나 있다.
평소의 나라면 전화는 하지 않겠지.
카톡은 할 수도 있다.
어차피 나란 애는 전화라곤 모르는 애니까.
억지로 하려고 하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와서
관계가 피곤해질 수도 있다.
안 하던 건 안 하던 대로.
안 하고 싶으면 안 하고 싶은 대로.
전화는 하지 않고
카톡은 보낸다.
아침까지 답장이 안 온다면.
하지만 카톡을 보내고서도
나는 열심히 나의 생활을 하겠지.
바쁘니까.
그리고 오빠도 나름대로 오빠의 생활이 있을 것이다.
나만 기다리지는 않을 거고
딱히 내가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화요일에 만나기로 했잖아.
우리가 맨날 볼 수도 없는 거고.
내가 바쁜 건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고.
내가 죄책감 가질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아니, 안 느꼈으면 좋겠다.
느끼면 피곤하니까.
.
.
나는 그냥 원래의 내 모습 그대로.
내가 평소에 사람들을 대하던 모습 그대로.
내 페이스에 상대방을 맞추기.
그리고 상대방의 페이스도 맞춰주기.
하지만 끌려가지는 않기.
나는 원래 눈 앞에 없으면 잊는다.
굳이 그걸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내가 잊는다는 걸 상대방이 아는 것도 아니고.
안 좋아해서 잊는 게 아니라
지금 눈 앞에 있는 일이나 사람에 집중하다 보면
잠시 잊는 것일 뿐.
마음은 그대로이니까.
내 스타일 대로 살아봅시다.
그리고 조율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