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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시험지를 받지 못해서   꿈이야기
조회: 3450 , 2013-08-03 11:52


아주 생생한 꿈을 꾸었다.
아니, 꿈을 꾸었는데
아주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시험을 치르는데
이상하게도 시험지를 각자가 구해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딘가로 가서 가지고 오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 곳을 찾지를 못했다.
어디 있는지 도무지 알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끼리끼리 뭉쳐서 알아서 잘들 갖고 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혼자서 우왕좌왕하기만 했다.

세 시부터 여섯 시까지가 시험 시간이었는데
나는 네시 반이 되어서까지
시험지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결국 네시 반 쯤
교무실에 가서 도대체 그 곳이 어디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는 알아듣지 못 했고
그냥 선생님께 제발 부탁이니까 여기서 시험지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나한테도 시험지가 없다고 했고
겨우 다른 선생님한테 시험지를 받아 들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가 한꺼번에 뭉쳐진
학력고사 같은 시험지였다.


나는 어딘가에서 그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그런데 중간에 자꾸만 일이 생겼다.

시험지를 잃어버려서 찾으러 다니고
내가 필리핀에 가서 했던 공연들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자꾸 발생했다.


중간중간에
친구 집에 놀러도 가야 했다.



금요일 오후에 그 시험지를 받았는데
토요일 밤이 되어서까지도 다 풀지 못하다가
결국 토요일 다섯시 쯤에 
꿈에서 깼다.

현실의 시각은
토요일 열 한 시.





.
.


별 일도 아니지만 
굉장히 생생하다. 
친구랑 나눈 이야기,
그리고 꿈 속에서의 시간까지 확실하게 기억이 난다.


조마조마했던 내 마음까지도.




.
.





내가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이런 기분이었던 걸까.
시험지 하나를 손에 들고
프로그램과 시간에 치였던 그런.

티아레   13.08.04

이 꿈 의미심장한 꿈 같아요..
융학파 분석가에게 꿈분석 받아보면 좋을텐데..
나도 중요하게 느껴지는 꿈들이 몇 개 있는데 아직 분석은 못받아봤어요.
언젠가는 받아보려구요^^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꿈을 기억해내려 늘 노력은 해요.
자주 실패하지만..
기억해낸 꿈들은 해석은 안돼도 곰곰히 음미하곤 하는데
그러다보면 어렴풋이 의미가 잡히는 것들이 있기도 하고,
암튼 난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李하나   13.08.04

그래요? 저는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ㅎㅎ상당히 정확한 꿈이라는 느낌은 들어요. 무엇이 정확한 지 모르겠다는 점이 아쉬울 뿐. 분석을 받아보면 재미있겠어요. 저도 꿈은 꽤나 믿는 편이에요. 꿈을 통해서 나조차도 알지 못했던 나에 대해서 알게 되기도 하구요. 특히 다른 사람들의 꿈을 듣다보면 그 사람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되요. 그게 참 재미있답니다.

티아레   13.08.04

그쵸?^^
내가 그래서 분석심리학 공부하잖아요^^
의식할 수 있는 나(자아, ego)가 나의 전부가 아니고(사실 극히 작은 일부이고), 의식과 무의식을 통튼 나의 전체정신의 중심(자기, Self)에서 보내오는 메시지가 꿈이라고 융학파에선 말하죠.

"각자 구해와서 풀어야하는 시험지..."

"어딘가로 가서 가지고 오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 곳을 찾지를 못했다.
어디 있는지 도무지 알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끼리끼리 뭉쳐서 알아서 잘들 갖고 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혼자서 우왕좌왕하기만 했다......"

내가 아직 뭐라 얘기할 수준이 전혀 아니어서
섣불리 무슨 얘기를 못하겠는데
하나양 인생의 현재 국면에서 맞닥뜨리고 풀어가야할 과제에 대한..?
특히 내적인 과제? 그건 잘 모르겠고...
아니면 성인기 초기에 각자 형성해야할 페르조나의 문제일 수도 있고..
집단에 속한 이들은 자신의 내적인 문제나 혹은 외적인 페르조나의 문제도
개별적인 심사숙고 없이 집단에 힘입어 해결하려 들겠지만
하나양은 혼자 우왕좌왕하며 자신의 과제를 찾아 헤매는 상황...?
뒤늦게 애써 누군가에게 받아낸 시험지도 다시 잃어버려서 또 찾아헤매고
다른 방해요소들 (예를 들어 공연으로 상징되는 외적인 과시, 공적으로 정신없이 보내는 바쁜 일정, 또 친구집에 놀러가서 한눈 팔며 보내는 시간 등) 때문에 번번이 시간이 지연되고...

뭔가 중요한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내 느낌엔.
그냥 내 느낌일 뿐이에요.

티아레   13.08.04

페르조나에 대한 글 덧붙일께요.

"나(자아)는 한편으로는 외계external world와 관계를 맺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나의 마음, 내계internal world와 관계를 갖도록 되어 있다. 우리가 '사회'라든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것과 관계를 갖고 거기에 적응해 가는 가운데 인간에게는 각종 대對사회적 적응태도라든가 역할이 주어진다. 이러한 적응 수단은 대부분 어느 집단이 공유하는 수단이며 그 개인에 특유한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집단이 개인에게 준 역할, 의무, 약속, 그 밖의 여러 행동양식을 융은 페르조나Persona라 불렀다. 이것은 외부세계와의 관계에서 필요한 것인 만큼 그 개체의 외적 인격external personality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 분석심리학 p.74/ 이부영

李하나   13.08.04

분석심리학까지는 못 가겠고, 나름대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그냥 평소의 제가 꿈에 그대로 나타난 것 같아요. 그 장소를 못 찾겠으면 친구에게 물어서 찾으면 되는데,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하죠. 또래에게 도움을 청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요. '나도나도'가 없죠. 내가 어떻게든 혼자 알아서 하려 해요. 그래서 결국 도움을 청하는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나 권위자,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 친구들에게 그냥 '나도 데려가줘'라든지 '나도 좀 알려줄래'라고 하면 될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왠지 시험지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을 것만 같은 선생님한테 가는 거예요.

시험 문제를 푸는 과정도 마찬가지죠. 한 시간 반이 남았으면, 한 시간 반 동안만 풀어서, 푼 만큼만 내면 되죠. 하지만 그렇게 못 해요. 꼭 다 풀어야 해서, 그 시험지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아둥바둥. 어차피 받아줄 지 안 받아줄 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결국 갖고 다니면서 제대로 풀지도 못하죠. 이런 저런 일에 치이고,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그 시험지는 결국 내지도 못하고 다 풀지도 못해요.

시험지를 잃어버렸을 때는 친구들이 같이 찾아줬어요. 제가 먼저 도움을 청하지는 못 하지만, 자주 누군가의 도움을 받곤 하죠.

이제 나도 좀 또래 친구들과 끼리끼리 어울려보아야겠다는 생각이 조금 드는 꿈이에요. 왜 늘 선생님한테 가는지. 관계보다는 답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관계를 무서워하는 건지. 어쩌면 후자에 가깝겠어요. 안 알려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나만 속하지 못한다는, 먼저 끼어들어가지 못하는 자신감 없음.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제 모습이 아닌가 싶어요. 늘 그랬거든요. 뭔가 저는 항상 조금 더 어른스러운 아이, 그래서 뭐든지 아이들이 저한테 물어보는 그런 아이였어요. 반대로 저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보다는 언제나 도움을 줬죠. 정작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제대로 끼어들가지는 못했어요. 무서우니까.

그래서 제가 요즘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Back to 12, 12살로 돌아가기에요. 12살 때의 나로 돌아가기. 제 성격이 확 바뀌기 직전이거든요, 그 나이가. 누가 나를 싫어하든 말든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고, 놀고 싶으면 놀자고 불러내고. 싫다 그래도 나오라고 하고. 거부에 대한 두려움이 아주 적던 그 시절. 또래 친구들과도 누구보다도 잘 어울리던 그 때 말이예요.

평소의 제가 꿈에 그대로 나타나는게 참 재미있어요,

티아레   13.08.04

정말 고개가 끄덕여지는데요^^
전문 분석가들도 꿈을 꾼 사람 본인의 꿈에 대한 연상과 느낌, 처해있는 상황과 앞뒤 맥락, 의식의 상황 등을 중요하게 고려에 넣는다고 해요.
당연하기도 하구요ㅎㅎ

암튼 꿈을 진지하게 관조하는 태도는 내가 보지못하는 부분, 전체적인 그림, 다른 각도의 다양한 시각 등 의식을 확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