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2236 , 2019-01-14 14:15 |
#1
내가 일하는 언론사는 부당함, 부조리의 온상이다.
내가 일하는 직장을 까내리는 일 따위는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안타깝게도.
내 직장, 내 일, 내 직함, 내 책임.
내가 있는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한에서, 아니 내 능력이 된다면 그것보다 더.
호의와 선의로 베푼 것들이 ,
어느 누구에게는 호구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나는 호구였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그렇기엔 성격이 더러워서 잘 부딪히고 들이받고 싸우고 또 깨지기를 여러번 했는데.
일은 재밌다.
새로운 사람들과 친분을 맺고 알아가고 또 신의를 다지는 것도.
사업을 진행하면서 새로 알아가고 배우고 아이디어를 찾는 것도.
그러다 지쳐서 술 한잔으로, 커피 한잔으로 수다 떨며 힘을 얻는 것도.
내가 이뤄낸 일궈낸 모든 것들이,
그 부조리함 하나로 다 무너져내릴까봐 두렵다.
나도 어쩌면 방조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렇게 되는게 싫어서 그만큼 들이받고 싸웠는데
결국 진다면.
조금 여유롭고 싶다.
차 한 잔 마시면서 책을 읽을 여유조차 없다.
딱 1시간, 아니 30분만이라도.
뭔가를 뱉어내고 버려야 다른 것들로 채워질텐데. ..
#2
타닥타닥, 나무가 타는 소리.
불꽃이 일렁이는 소리.
그 따스함과 열기.
불 타오를 기회도 없이 미적지근한거 너무 싫다. 라는 내 페북의 글이 신경쓰였나보다.
그랬다.
신경쓰시라고 썼다.
사람마다 온도가 다른데, 내가 너무 조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찌됐든 그랬다. 알아달라고.
차가운 공기 속에 그 공방 안은 열기로 가득했다.
타닥타닥, 나무가 타는 소리.
불꽃이 일렁이는 소리.
그 따스함과 열기가 한 가득, 그분의 주변에 가득했다.
사소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칼럼 이야기를 주고받고.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음악 이야기를 하다가.
공방 주변 이야기를 하다가.
나무 이야기를 하다가.
현미보리차 물로 끓인 커피를 홀짝 이다가.
결국엔 내 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보라고 쓴 글이냐는 질문에, 아무렇지 않게
아니요, 신경쓰였었나봐요? 하고 맹랑하게 되물었다.
당신께 쓴 글 같아서 계속 마음에 걸렸다고.
항상 생각은 하지만 많이 무디고 무던한 사람이라 그렇다고.
조급하게 생각지말고 오래오래 천천히 우리 알아가고 만나자고.
싱긋 웃었다.
내 웃는 모습이 연예인 누구를 닮았다, 하셨다.
그 말인즉 예쁘다,라는거 알고 있어요, 라고 또 맹랑하게 대꾸한다.
그분도 활짝 웃는다.
내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쓰다듬고 넘겨주는 손길.
부끄러워하면서도 나직하게 속삭이는 목소리.
그분과는 오래오래 따스하고 싶다.
#3
새로운 사업을 구상 중에 있다.
누가 나한테 언론사 기자,라고만 못을 박는지.
문화예술사업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일도 하고 있는데,
좋은 제안들이 연말부터 계속 들어온다.
나를 응원하고 기회가 올때마다 푸쉬해주는 분들.
내가 갈피를 잡지 못할때마다 사안에 대해 정리를 깔끔하게 해주며
우선순위를 정하게 도와주는 사람들.
연말에도 만나서 술자리를 했는데
그저깨도 만나서 술자리를 했다.
1박2일 방 잡고 마시고 죽자, 라고 했지만 조용히 무산되며
새벽 늦은시간까지 계속 된 술자리.
인문학, 역사, 철학, 정치 등 온갖 잡학지식들이 쏟아져나오며
나는 대화를 하면서 노트에 메모까지 했는데
다음날 보니 하나도 못 알아보겠더라. ㅎ
매달 이렇게 모여서 아이디어를 나누고, 일상을 나누고
또 이야기를 나누자고 약속하고.
또 1박2일은 필수라고, 이 시간까지 마실거면 차라리 방을 잡는게 나았겠다고 후회한다.
올해는 정말 많이 바쁠 것 같다.
그런데 왜 정리는 하나도 안되는지. 씨바.
HR-career
19.01.15
이상하게 나랑 닮았노 ? 너도 ENFP냐? |
向月
19.01.15
MBTI 성격유형을 말하는거라면. 나도 기철씨랑 같네요. ㅎㅎ |
HR-career
19.01.15
역시 그럴줄 알았어.. 원래 우리 같은 유형이 정리가 잘 안돼~ ㅎㅎ |
向月
19.01.15
ㅋㅋ 그렇다면 정리 안되는점에 대해서 스트레스 받지 말아야지 ! |
HR-career
19.01.15
웃긴 건 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 못 미룰 시점이 오면, 벼락치기 하듯 후다닥 또 정리 정말 다 해여. 벼락치기의 대마왕이지. 한계까지 몰아붙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