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2841 , 2011-07-02 16:06 |
어느날 떠나왔던 길에서 너무 멀리 왔다는 걸 깨달을때.
모든게 아득해 보일 때가 있다.
이럴 때 삶은 참혹하게 물이 빠져버림 댐 가장자리 붉은 지층이다.
도저히 기억되지 않으리라 믿었던 것들이 한눈에 드러나는 그 아득함.
한때는 뿌리였다가, 한때는 뼈였다가, 또 한때는 흙이었다가 이제는 지층이 되어버린 것들.
그것들이 모두 아득하다.
예쁘장한 계단 어디에선가 사랑을 부풀리기도 했고
사랑이 떠나면 체머리를 흔들기도 했다.
그래도 돌아온다고 믿었던 사랑은 없었다.
떠나면 그 뿐, 사랑은 늘 황혼처럼 멀었다.
병든 것들은 늘 그랬다.
쉽게 칼날 같았고, 쉽게 울었고, 쉽게 무너졌다.
이미 병들었는데 또 무엇이 아팠을까.
병든 것들은 죽고 다시 오지 않았다.
병든 것들은 차오르는 물 속에서 죽음 이외의 또 무엇을 알았을까.
다시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마른 날
떠나온 길들이 아득했던 날 만난 붉은 지층.
왜 나는 떠나버린 것들이 모두 지층이 된다는 걸 몰랐을까.
jatcore
11.07.02
마음속에 깊숙한 곳 어딘가에 드리워진, 안개속에 잘 보이진 않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