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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연애 상담 - 고백   deux.
조회: 2857 , 2012-06-09 05:13


오늘은 친구에게 
연애 상담을 했다.

그냥 
툭 던졌다.

'나는 연애가 어렵다.'

.
.


왜 연애가 어려운가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나의 어두운 면을 
상대가 얼마나 이해해줄 수 있을 지
잘 모르겠고, 
그래서 두렵다.

나는 누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 싫다.
왜냐하면 
나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게
싫기 때문이다.

.
.


친구는 이야기했다.
이해해주는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고.
그걸 알아보기 위해 
만나고 사귀는 거라고.

바라는 게 싫다면
애초에 상대에게 
밝히라고.
나에게 바라지 말아달라,
고 이야기 하라고.

어두운 면은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밝은 줄만 알았던 사람이
마음 속에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등을 돌리는 게 아니라고.
결국 그건
'아, 이런 면도 있었구나.'
라고 받아들여진다고.
그게 아니라면
헤어지면 된다고.

.
.



사랑이 어려운 거지
사귀는 건 간단한 문제라고.

사랑해서 사귀는 사람은
드물다고.



'사랑하기 위해 사귀는 거라고'



.
.


연애를 한다고 해서
나의 일상이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그냥 조금
아주 조금
달라질 뿐이라고.

겁낼 것 없다고.


.
.


표현하라고.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두려우면
그것 또한 표현하면 된다고.
내가 싫어하는 것이
느껴지면
상대도 그 이상 다가오지는 않을 거라고.


.
.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으면 된다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그런 사람을
만날 거라고.

.
.


뭐든지 처음은
어려운 거라고.


.
.


사랑에 관련된 내용을 가진 
여러 권의 책보다
이 한 번의 대화가
더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



맞는 말이다.
나는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
남자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그리 큰 일이 아닐지도 몰라.

사랑은 어려울 지 몰라도.

사귀다보면
사랑할 수도 있겟고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사랑하지 않으면
헤어지면 되는 거야.

.
.



하지만 
어쩐지 
나는 사귀지 않는 상태에서는
마음을 표현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든다.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사귀는 것은 어떨까,
하고.
그냥 
좋아한다고
나는 오빠가 좋으니
나와 사귀어보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해볼까,
하는 생각.

그러다
싫으면 싫은 거고
다른 사람이 좋다 하면 그런 거고
내가 좋다 하면
그건 참 좋은 거고.

그리고 나는
작은 상처를 핥은 뒤에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는 거야. 

.
.

이런 생각도 같이 든다.
그냥 
좋아하는 마음을
다 표현해버리고
그냥 내 마음에서 
떠나보내버릴까.
내 안에 가둬두고 있으니
내가 너무 힘들잖아.
그냥 다 퍼주고
깨끗이 바이바이해버릴까,
하는 생각.


.
.


처음이라서
밀당같은 것도 할 줄 모르고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 
같은 것도 모른다.

그래서 더 자신이 없는 지도 몰라.
내가 서투르다는 
그런 느낌 때문에.


하지만 
그게 나름대로 
메리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솔직할 수 있잖아.
순수할 수 있잖아.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그냥 감정만을
드러낼 수 있잖아.


.
.


그냥 포기해버릴 수도 있지만
이렇게 놓지 않고 
매달리는 것은 
친구의 한 마디 때문.


'언젠가 인연이 나타날 거야.
아직은 나타나지 않은 지도 모르지.
하지만 만약 네가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잘 사랑할 수 없을 지도 몰라.
그 전에 준비를 해놓아야 하는 거야.
그러니까 사귀어봐.'



.
.



내가 더 좋아하고 싶지 않아
내가 먼저 좋아하고 싶지 않아
오빠는 내가 아니라 다른 여자를 좋아해
오빠는 나한테 별로 관심이 없어
오빠는 여자를 만날 마음이 없어

핑계는 잠시 땅에 묻어두자.
다른 거 다 신경쓰지 말고
그냥 내 감정 하나에 충실해서.



.
.

또 다른 친구의 말처럼.


'좋아하는 마음을 왜 숨겨.
그 때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정인데.
다른 것도 아닌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그냥 다른 거 신경쓰지 말고
스스로의 감정에 충실해봐.

그리고 조급해하지마.
그 사람따위하곤 안 돼도 좋아.
그냥 
연애해라'




.
.


안 돼도 좋아.
내가 보낸 감정을 그대로 돌려받지 못해도 좋아.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보답 받지 못할 위험을 무릎쓰는 것입니다.'
라는 말처럼.


언제나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일 수는 없겠지.


.
.


그냥 용기를 내보는 거야.
좋아져버렸는 걸 이미.
내 마음대로는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걸.
어떡하겠어.


.
.



오빠
있지
나 오빠가 좋아.
나 
연애를 해본 적도 없고
좋아하는 거
표현해본 적도 없어서
솔직히
밀당이니 
남자가 고백하게 만든다느니
이런 거 하나도 모르겠어.

그냥 
오빠가 좋아.
오빠 연락을 계속 기다리게 되고
연락해주면 괜시리 기분 좋구
목소리 듣고 싶고
만나고 싶고
장난치고 싶고
만져줬으면 좋겠구
나한테 관심가져줬으면 좋겠어.

다른 여자한테 그러는 건 싫어.

좋아해.
오빠는 어때? 

나랑 사귈래? 


볼빨간   12.06.10

이 일기를 보면서 조금 슬퍼졌다
무언가를 이유로 누군가를 만나봤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누군가가 좋았기 때문에 무언가는 이유가 될 수 없었지만 그때는 늦었더라
일기에서 보여지는 하나님은 너무나 반듯하고 깨끗해서 이런 사람이 힘들 때 붙일 수 있는 커다란 반창고가 있었으면 좋겠다 괜히 더 상처받지 않게.. 이 세상엔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많고 울트라는 그 중에 갑이라는.. ㅎ
하나님의 고민은 새가 알을 깨고 나올 때의 과정처럼 힘든 고통을 수반하지만 사람과 애정맺기를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반드시 커다란 반창고이자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거라고 믿는다는...
외부적인 그 어떤 상처보다.. 당신은 내가 보기에 그리고 남들 겉보기에도 썩 괜찮은 사람일 듯.
울트라에 덧글을 비공개로 하는 기능이 추가되야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만 지우지 않고 둘게요
횡설수설임에 틀림없어요

李하나   12.06.11

감사해요 지치는 과정 중에 힘이 되는 댓글이에요. 사실 누군가를 좋아할 때마다 저는 제 자신이 작아져서 참 힘들거든요. 이럴 때 이런 위로, 참 단비 같아요.

억지웃음   12.06.10

제 두려운 마음, 무서운 마음을 그대로 담아놓은 일기 같아서
스크랩 해놓고 계속계속 보고싶어졌어요 ㅠㅠ

대학교 1학년때 했던 연애가, 대학교 4학년이 된 지금도 제 발목을 잡고 놔주지 않는 연애 트라우마가 되어버려서. 사실 지금은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내 자신만 사랑하게 되었어요.

흔히 말하는 연애스킬이나 뭐 이런거 다 떠나서,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 똑같은 것도 아니지만, 그 때 제가 받았던 상처들은
제가 남자를 돌로보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버렸어요.

내가 먼저좋아하고,다가가고, 적극적으로 하고, 뭐든지 다 해주고 싶어서
멍청하게 다 해다 바치고, 근데 그 사람은 그거 즐기고.
마지막에 제가 그 사람을 포기하게 된 계기가.
어느 하루였는데, 하루종일 올 스트레이트로 데이트 비용을 다 낸적이 있어요.
근데 고맙다, 잘먹었다, 재밌었다 말 한마디가 없더라구요

차분히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까. 아 내가 한 짓이 삽질이구나.
나혼자 좋아서 나댔는데, 생각해보니까 얘 웃기는구나.

처음엔 소심해서 사귀자는 말 못하는 건줄 알았어요. 아 오빠도 나 좋아하는데,
오빠가 그런 성격이 못되는구나. 그런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했었죠.
근데 자세히 생각해 보니까. 그게 아닌거에요. 진짜 좋았으면 나를 잡았었겠다...
그리고 내가 하는 표현과 행동들에 대해 말 한마디라도 고맙다 했겠다는 생각들이 들면서.... 격하게 표현하면,호구인증 했다는 생각에....

저는 아직도 그게 트라우마에요.

'조금만 더 가까이'라는 영화를 보면 정유미가 윤계상한테 그런말을 해요.
너 때문에 나 연애 불구라고.
솔직히 예전 그사람 만나게 되면. 다 너 때문이라고 탓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해서 시원해 지진 않겠죠...
트라우마를 벗어나는 건 결국 제 몫이니까요. 언제쯤 빠져나갈 수 있을까요 이 터널을.......

李하나   12.06.11

참 힘들어요 그 터널을 통과하기가. 머리로는 아는데 잘 안 되요. 세상 사람들 다 똑같지 않다는 거 알아도 움츠러드는 건 어쩔 수가 없잖아요 그죠? 그냥 걸어야 하는 것 같아요. 묵묵히 노력하면서 수행하듯이. 중요한 건 끊임없이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 그러다보면 봄눈 녹듯 스르르 트라우마가 해결 되기 시작할 거예요. 우리 끊임없이 노력해봐요. 저는 요즘 이것 때문에 며칠 째 불면증이랍니다..괴롭지만 변화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있어요. 조금씩 변하는 것도 느끼면서요:-) 웃음님도 힘내세요!

向月   12.06.10

난 다 퍼주고,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퍼주고 바이바이 하는 스타일.
돌아서면 내가 헛짓했구나, 삽질했구나, 보단....
아. 그때 그 순간의 나는, 상대에게 진심으로 내맘을 표현했구나.
뭐 그런식이죠.
음.
늘 그래왔던 것 같아요.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도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듯.

李하나   12.06.11

향월님의 일기 자주 읽지요. 본인들은 어떨 지 잘 알 수 없지만 제가 보기에는 참 부러워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저도 그래보려구요. 강요가 안 될 정도까지는 제 마음을 표현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주려구요. 내 안에 쌓아만 두기에는 참 예쁘고 좋은 감정인 것 같아서. 설렁 되돌려받지 못하더라도, 원래 이건 제가 갖고 있던 게 아닌 걸요. 그가 내게 와주었기에 생겨난 감정이지. 어떻게 보면 그가 나에게 선물해준 거네요. 그러니까 그가 다시 받는 게 맞아요. 내가 갖고 있는 건 의미없는 일이죠. 내가 준만큼 그에게 돌려받지 못한다 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어쨌든 나로서도 누군가를 아끼는 좋은 경험을 해본 셈이고, 상대에게도 누군가에게 아낌 받아보는 경험을 준 셈이니까. 어느모로 보나 나쁜 일도, 피해주는 일도 아니네요. 고스란히 주렵니다. 계산 없이:-)

조용히   12.06.11

이 일기 읽는 순간 뭔가 많은 생각이 오가네요... 스크렙을 해서 두고두고 보고 싶을 많큼 뭔가 가슴 깊이 뭔가가 느껴지는듯... 오랜만에 좋은글 읽고 갑니다

좋은씨앗   12.06.11

제 경우에는 연애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운 마음이 항상 깔려 있는거 같아요
사실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 연애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형성에서도 서툴고
어색해 지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제가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요
아마도 저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혼자 생각 많이 하고 사람과 사람으로
대할때의 어색 함을 숨기려고 오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거 같아요
사랑이라는 감정을 갈망 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과 의무 또한 연애를 할때
생기는 여러가지 불안한 요소 들에 대해서 막연히 두려운 마음을 갖고 있어서
미리부터 그런 일이 안생기도록 자신에게 무심하게 살아가고 있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