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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하나
 첫경험   연애
조회: 6227 , 2012-07-20 02:46



제 의지로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처음으로 관계를 맺었어요.
그저께 밤에.


첫경험이랄까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선,
걱정이 조금 됐어요.
괜찮을 거라는 오빠의 말을 믿고
질내사정을 허락했어요.
분위기에 휩쓸려 그렇게 하긴 했는데
하고 나니까 많이 걱정이 됐어요.
안 그래도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편이라.
그래서 병원에 가서 피임약을 처방받아 먹었어요.

그러고 나니까 기분이 이상하대요.
복잡한 감정이 들었어요.

피임에 신경 써주지 않은 오빠가 약간은 원망스럽기도 하고
첫 경험이었는데
뭐랄까 저는 만족을 못 느끼고
오빠 사정만 도와준 느낌-
그러니까 약간 이용당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았어요.
생각했던 거랑은 많이 달라서.
그리고 너무 빠른 것 같아서.

이제 사귄 지 2주도 안 됐는데-
벌써 이렇게까지 해버렸네,
내가 너무 쉽게 허락해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빠가 나한테 금방 질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조금만 천천히 다가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뭐 이제 다 해버려서
더 천천히 할 것도 없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사람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연애라는 것도 꽤나 
까다로워요. 


처음엔 바라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바라게 되고.
태도가 약간이라도 변하면
불안해지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곤한 건
나에 대한 오빠의 마음이 
부담스러워질 때.

나는 그렇게까지 보고 싶지는 않은데
나는 그렇게까지 계속 연락하고 싶지는 않은데.

나는 만나고 있지 않을 때
전화나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는 걸
피곤해하는 스타일이에요.
계속해서 연락을 하면
피곤해요.
그런데 오빠는 게속해서 연락하는 게 좋은 건지
하루종일 카톡을 하네요.
그러면 나는 피곤해져요.



그런데 
단순히 카톡을 피곤해하는 성격이라기보다는
하루 종일 카톡을 할만큼 오빠를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이야기를 못 하겠어요.

확실히 그렇긴 해요.
만나면 좋지만
헤어지고 나면 그렇게 많이 보고싶은 편은 아니에요.
그냥 다음 만남이 기대되는 정도.

그런데 오빠가 보고싶다고 이야기하면
음, 
어떻게 대답해야할 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
.


이게 나의 연애스타일인 걸까요.



아니면 이미 오랫동안 오빠를 좋아해서
이제 서서히 질려가고 있는 건지.

아무튼 가끔은
'귀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서
나도 당황스러워요.

이제 일주일 조금 넘었는데-
제 성격도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참 빨리도 질리는구나, 
하는 생각.


뭔가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나는 정말 녹초가 되어버리고 말 거예요.





.
.



아무튼
그래서 다짐이나 할 겸 
적어내려가는 일기에요.



오빠를 믿기.
추측하지 말고 물어보기.
스스로를 아끼기.
그리고 오빠도 아껴주기.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
.


마지막 걱정.
이렇게 자꾸만 스스로를 낮추고
바라지 않으려 하는 게
혹시 나중에 상처받지 않으려는 방어기제인 것만 같아
살짝은 걱정이 들기 시작하네요.

직감하건데
틀리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씩 뭔가를 바라볼까, 생각 중이에요.
좋아하니까 조금은 바라도 되겠지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바라지 않는 것도
조금은 비겁한 것 같으니까.

그런 건 조금도 쿨한 게 아니니까.






생각이 복잡하네요.
헤-

프러시안블루_Opened   12.07.20

(선뜻 댓글 달기 어려운 일기지만, 댓글이 없으면 쑥쓰러우실 것 같아서..)

1.
20년이 훨씬 지난 이야기인데,
저도 첫사랑과 만난지 한달안에 잠자리를 한거 같아요
내 젊음의 대부분을 함께 보냈지만
헤어짐의 원인은 빠른 잠자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요
사실 함께 자고나면 심리적 거리감이 단박에 좁혀지면서 연애 2막이 시작되죠
축하하고 싶군요

2.
물론 진도가 너무 빨라서 남자가 더 빨리 질릴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진도를 늦추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계산없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사랑하세요
저는 그게 아름다운거라고 생각합니다

3.
피임 꼭 하세요.
낙태는 여성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오래도록.

4.
고등학교때 좋아했던 책중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라는 책이 있는데
하나양을 보면 여주인공 니나와 참 닮았어요.
강인하고 독립적인 점에서..

뭐~~참 매력적이란 애기죠.
본인의 의지로 한발 한발 세상과 부딪치는 모습을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李하나   12.07.20

댓글 감사해요:-) 그렇군요. 그런데 왜 저는 함께 자고난 뒤에 더 거리감이 느껴지는 걸까요. 저도 제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조금 놀란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빠르게 다가오는 것 같아 거리를 두는 것 같기도 하고. 복잡하네요.
계산 없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래야겠어요. 제 주제에 계산을 하고 그 계산대로 이끌어갈 능력두 없구요. 히
네, 피임은 꼭 해야겠어요. 아직 저는 한 생명을 책임질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렇다고 낙태를 할 생각은 절대 없구요.
생의 한가운데, 찾아보니 매력있는 글이더라구요.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저도 프러시안 블루님의 댓글에 많은 힘을 얻습니다. 감사해요:-)

向月   12.07.20

프러시안님이 댓글을 먼저 달아주셨네요. 업무를 보다가 제가 첫댓글을 놓쳤군요. 저도,1번 2번 댓글에 공감.
헤어지는 이유는 전혀, 진도와 빠른잠자리와는 상관없는듯해요. 저는 뭐 대놓고 물어봤던지라- 오히려 더 좋고, 사랑스럽다는 대답을 듣긴했었지만.
마음이 가는대로 사랑하길 바래요.
사랑하면서 또 바라기도 하세요. 그게 표현이에요.
사랑하는데, 뭐가 문제될까요.

제일 안좋은건, 혼자만의 많은 생각때문에 상대의 진심을 알지못할때.
나 혼자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상대방에게 묻지도 않고, 혼자 판단하고 결론내릴때. ^^ 무슨 말인지 알죠? 히..

李하나   12.07.20

혼자만의 많은 생각 때문에 상대의 진심을 알지 못할 ‹š. 나 혼자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상대방에게 묻지도 않고, 혼자 판단하고 결론 내릴 때. 제가 지금 딱 그러고 있네요. 그러지 않아야겠어요. 정말 감사해요 향월님:-)

기쁘미   12.07.20

와 자동밀당이 되시는군요!! 오빠가 점점 더 매달리실거같아요 ㅋㅋㅋ

李하나   12.07.20

자동밀당이라...ㅎ...연애 상담하면 종종 그 소리를 듣기는 해요. 너는 자연스럽게 밀당이 된다고. 근데 정작 당사자는 힘들어요ㅠㅠ밀당이 아니라 그냥 내 마음이 혼란스러운 거라서. 게다가 오빠는 밀당을 하면 애닳는 성격이 아니라 토라지는 성격 같은데요? ㅎㅎ 마음이 좀 혼란스러워서 연락도 잘 안하고 그랬더니 토라진 듯한 분위기에요 지금, 헤-

하와하   12.07.21

ㅋ 전 "하나"란 여자애와 헤어져서 마음이 아파 여기 혼자 일기를 쓰는데 님 일기 볼 때마다 약간 싱숭한 묘한 느낌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