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의지로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처음으로 관계를 맺었어요.
그저께 밤에.
첫경험이랄까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선,
걱정이 조금 됐어요.
괜찮을 거라는 오빠의 말을 믿고
질내사정을 허락했어요.
분위기에 휩쓸려 그렇게 하긴 했는데
하고 나니까 많이 걱정이 됐어요.
안 그래도 생리주기가 불규칙한 편이라.
그래서 병원에 가서 피임약을 처방받아 먹었어요.
그러고 나니까 기분이 이상하대요.
복잡한 감정이 들었어요.
피임에 신경 써주지 않은 오빠가 약간은 원망스럽기도 하고
첫 경험이었는데
뭐랄까 저는 만족을 못 느끼고
오빠 사정만 도와준 느낌-
그러니까 약간 이용당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분이 안 좋았어요.
생각했던 거랑은 많이 달라서.
그리고 너무 빠른 것 같아서.
이제 사귄 지 2주도 안 됐는데-
벌써 이렇게까지 해버렸네,
내가 너무 쉽게 허락해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빠가 나한테 금방 질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조금만 천천히 다가와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뭐 이제 다 해버려서
더 천천히 할 것도 없지만.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사람을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연애라는 것도 꽤나
까다로워요.
처음엔 바라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바라게 되고.
태도가 약간이라도 변하면
불안해지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곤한 건
나에 대한 오빠의 마음이
부담스러워질 때.
나는 그렇게까지 보고 싶지는 않은데
나는 그렇게까지 계속 연락하고 싶지는 않은데.
나는 만나고 있지 않을 때
전화나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는 걸
피곤해하는 스타일이에요.
계속해서 연락을 하면
피곤해요.
그런데 오빠는 게속해서 연락하는 게 좋은 건지
하루종일 카톡을 하네요.
그러면 나는 피곤해져요.
그런데
단순히 카톡을 피곤해하는 성격이라기보다는
하루 종일 카톡을 할만큼 오빠를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이야기를 못 하겠어요.
확실히 그렇긴 해요.
만나면 좋지만
헤어지고 나면 그렇게 많이 보고싶은 편은 아니에요.
그냥 다음 만남이 기대되는 정도.
그런데 오빠가 보고싶다고 이야기하면
음,
어떻게 대답해야할 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
.
이게 나의 연애스타일인 걸까요.
아니면 이미 오랫동안 오빠를 좋아해서
이제 서서히 질려가고 있는 건지.
아무튼 가끔은
'귀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서
나도 당황스러워요.
이제 일주일 조금 넘었는데-
제 성격도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참 빨리도 질리는구나,
하는 생각.
뭔가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나는 정말 녹초가 되어버리고 말 거예요.
.
.
아무튼
그래서 다짐이나 할 겸
적어내려가는 일기에요.
오빠를 믿기.
추측하지 말고 물어보기.
스스로를 아끼기.
그리고 오빠도 아껴주기.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
.
마지막 걱정.
이렇게 자꾸만 스스로를 낮추고
바라지 않으려 하는 게
혹시 나중에 상처받지 않으려는 방어기제인 것만 같아
살짝은 걱정이 들기 시작하네요.
직감하건데
틀리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씩 뭔가를 바라볼까, 생각 중이에요.
좋아하니까 조금은 바라도 되겠지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바라지 않는 것도
조금은 비겁한 것 같으니까.
그런 건 조금도 쿨한 게 아니니까.
생각이 복잡하네요.
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