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안식   작사
  hit : 1136 , 2015-02-05 12:28 (목)
우린 때론 그런 느낌을 느끼곤 하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어느 선선한 늦여름 밤, 해질녘 노을은 검푸르스름히 지고, 어머니가 홀로 계시는 시골 집에 찾아가 그 문지방 대청마루에 벌러덩 누워 아무 생각도 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싶어라. 그러면 어머니가 나와서 내미는 수박 한 조각에 난 엉엉 울어버릴 것만 같다. 

나는 이렇게 훌쩍 커버렸지만 계속적으로 어딘가의 품으로 달려가고 싶어라. 그저 푹 안겨 엉엉 울어버리고 싶다. 어머니가 귀지를 파주던 그 저녁, 아무 소리도 없이 그저 똑딱이는 시계초침소리만 들려오던 그 방안, 내일의 염려도 없이 과거의 후회도 없이 그렇게 고스란히 행복했던 그 순간. 그 시절.

나는 이렇게 컸지만 어머니에게 떼도 써보고 싶고 아양도 떨고 싶어라. 고집도 부리고 싶고 땡깡도 피우고 싶어라. 하지만 이젠 그럴 수 없지. 나는 어른이니까. 그렇게 하면 남들이 어딘가 모자른 사람으로 보거나 혀를 끌끌 차며 쳐다보겠지. 그래도 그러고 싶은 내 마음 어쩔 수 없네.

어른이 된다는 건...참 무서운 일 같아. 자꾸만 어딘가에 날 가두고, 속박하고, 몸도 마음도 정신고 서서히 죽어갈 준비를 하니까. 어린아이일때는 안 그랬거든. 그저 하루가 좋고, 친구들과 목젖 열어제끼고 웃는 그 웃음이 좋았고. 기다리는 선생님의 회초리가 무서웠고, 학원 창가로 가방을 던지며 탈출하는 그 때의 순간이 조급했고. 그렇게 순간들에 몰입하며 살았는데.

영원한 안식이 어디에 있을까? 이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더 이상 못 기다릴 즈음 결국 맞이하는게 죽음일까? 나는 다시 아이로 돌아가고 싶은데 세상은 그렇게 되지 말라고 하니까 치매에 걸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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