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7   미정
  hit : 334 , 2002-02-15 11:37 (금)






"차렷... 경례."

"반갑습니다."

"어 그래. 근데 은하야. 너 요즘 얼굴이 왜 그러냐?"

"네...?"

"얼굴이 영 멀쓱한게.. 우리 반장이 애인이라도 생겼나?"

"하하하~"





아무것도 모르고 농담을 건내는 담임선생님..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웃어대는 친구들..



어제 아빠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

부띠끄에서 뛰어나온 뒤 고모집으로 갔습니다.

우리 집 앞까지 갔지만..

차에서 내려 절 찾는 듯한 아빠를 보긴 봤지만..

옆에 앉아있는 엄마... 때문에...

고모는 울면서 들어온 절 보시더니 아빠에게 전화했습니다.

그리곤 저희 집에 가서 제 교복을 들고 왔습니다.

"아빠가 오늘은 여기서 자라고 그러신다."

그리고 고모에게 또 새로운 사실을 듣게 됐습니다.

엄마와 고모가 타고 있는 자전거..

그 자전거 바구니에 앉아있던 갓난아기들..

"사실은 고모가 태운 애가 은석이야."

분명히 나한테는 내 사촌 지현이라고 했으면서

어쩜 어른들은 거짓말을 이렇게 잘하는건지

정말 화가나고 답답했습니다.






"자 그럼 오늘 조례마친다."

"차렷. 경..."

"아, 됐다. 인사는 됐고 은하 너 몸에 신경 좀 써라.

자 그럼 1교시 수업 열심히 해라."

"네~"

절 걱정해 주시는 담임선생님이 감사했습니다.

"은하야 너 진짜 살이 더 빠진 것 같다."

"비결이 뭐야?"

"은하야~ 말 좀 해봐."

"............."

입을 열면 아까부터 참고 있던 눈물이 쏟아질까봐

전 입을 꼭 다문채 창문만 쳐다봤습니다.

'쾅!'

그 때 아주 세차게 뒷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다가왔습니다.

누군지 알고싶지 않았지만 수근대는 친구들 덕에 알게 됐습니다.

"유은하.. 너 알지.. 알고 있지.."

"........."

그 아인 앉아서 말없이 창문만 보고 있던 절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의 손에 잡힌 어깨가 아팠습니다.

"너희 아빠랑.. 우리 엄마.. 재혼하신데. 그게 말이 돼?"

"............."

"나한텐 돌아가신 아버지가 있고 너한텐 돌아가신 어머니가 있는데..

근데 두분이 재혼하신다... 넌 뭐 알고 있었지? 그래서 나한테 계속 접

근했던 거지? 말해봐 유은하!"

이 아이.. 아무 것도 모르는 듯 했습니다...

"유은하! 제발 말 좀..."

"너.. 잘못말했어."

"뭐?"

"나한텐 돌아가신 엄마도 없구... 너한텐 돌아가신 아버지도 않계셔.."

"너.. 무슨 말 하는거야?"

"너 생일 7월 7일이지?"

".......은하야..."

"나.. 생일 7월 7일이야.."

".............."

"아직도 모르겠어? 너하고 난 같은 엄마 아빠를 가지고 있어. 두 분은

이제 만나서 재혼하시는게 아니라.. 원래 부부셨다구.."

"그러니까...... 너랑 내가.... 남매..?"

"그래! 그것도 쌍둥이남매라구!"

제 어깨를 꽉 쥐고 있던 그 아이의 손이 스르르 풀렸습니다.

전 아까부터 참고 있던 눈물을 결국 쏟았습니다.

갑자기 그 아이의 손이 제 팔을 잡아당깁니다.

그리고는 학교 밖으로 나갑니다.

"은석아! 어디 가려고 그래?"

그 아인 대답 없이 택시를 잡았습니다.

"은석아.. 이런다고 뭐가 달라져..."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어."

"은석아.. "

"아저씨! 빨리 좀 가주세요."

결국 택시는 또 다시 그 곳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두번이나 뛰쳐나왔던.. 그 곳..

"은석아.. 우리 다시 학교로 가자. 어?"

그러나 이미 난 그의 손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은석.... 은하야..."

엄마의 목소리...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빠도 계셨습니다.

"마침 잘됐네요. 두분이 같이계셔서. 엄마. 말해봐요. 은하 말이

사실이예요?"

"은석아..."

"사실이냐구요? 내 아버지가 저 아저씨라면서요? 말해봐요!"

엄마는 눈물만 흘리셨습니다.

그 때 뒷편에서 말 없이 서 있던 아빠가 천천히 걸어오셨습니다.

"은석아. 은하야. 우리는 이제 한가족이 될꺼다. 너무 늦은거 알지만..

원래 이렇게 했어야되는거지만.. 나랑 너희 엄마가 너무 어리석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만들어가자."

"............."

은석인 아무 말 없이 서 있다가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아빠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습니다.

엄마는 계속 눈물을 흘리시며 저에게 다가오려했습니다.

"은하야.....이리와.."

"아뇨.. 은석이 따라갈래요.."

전 뛰어나갔습니다.

엄마도 아닌..... 아빠도 아닌.....

은석이를 택했습니다..

"은석아!"

저 앞에서 걷고 있는 은석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전 뛰어갔습니다.

"은석아... 하..하.."

긴다리의 은석을 따라잡으려니 숨이 찼습니다.

겨우 따라잡아 은석의 앞에 섰습니다.

"은석아..."

"너.. 이제 어떡할래?"

그 아인 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너 나 좋아하잖아.. 이제 어떡할래.."

"모르겠어.. 모르겠어.."

또 눈물이 쏟아집니다. 이번엔 아주.. 홍수수준입니다.

"가만히 보니까.. 너 엄마랑 많이 닮았다. 잘 울고.. 덜렁대고..

이쁘고..... 착하고......"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은석의 눈에도 눈물방울이 맺혔습니다.

그 아인 애써 감추려는 듯 고개를 하늘을 향해 들었습니다.

"아~ 은하야.. 오늘따라 공기가 맛있다. 어렸을 때는 우리둘이

같은 공기 마시면서 자랐겠네.... 남매였으니까..."

"은석아...... 아!"

갑자기 그 아인 있는 힘껏 절 안았습니다.

"넌 어떨지 몰라도.. 난 못 참아. 엄마가 아닌.. 내가 처음으로 마음

열어본 사람이 넌데.. 많이 좋아한단 말이야. 그래서 포기 못하겠어.

유은하.. 넌 나 포기할 수 있어..? 그래?"

"아니... 너 많이 좋아해. 근데.. 아빠엄마도.. "

눈물이 너무 많이 나와서.. 호흡이 가빠져서...

말을 이을 수 없었습니다.

그 아인 제 몸을 감싸고 있던 팔을 천천히 풀었습니다.

그리곤 절 쳐다봤습니다.

저도 쳐다봤습니다.

아주 천천히.... 그 아이의 얼굴이 제 얼굴로 다가왔습니다.

전 눈을 감았습니다.

어느새 제 얼굴로 그 아이의 입김이 느껴집니다.

제 귀에는 그 아이의 미세한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시끄러운 차소리와 웅성대는 사람들의 소리는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그러나.. 입술은 닿지 않았습니다.

제가 눈을 떴을 때.. 그 아인 자신의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괴로울 때하는 버릇..

은석이도..... 아빠를 많이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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