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집   미정
 매우 화창함 hit : 166 , 2002-03-28 21:08 (목)
엄마는 늘 시집을 사곤 했었다.
그리고 여백이 많은 그 시집에 줄을 그으시며 보셨다.

엄마가 계시지 않는 한적한 오후에..
난 그 시집들을 뒤적거려 보았다.
엄마의 체취가 느껴보고 싶기도 했지만..
도대체 시를 왜 읽는지가 도통 궁금했기 때문에..

"사람은 혼자일 수 밖에 없다"
"혼자하는 사랑은 아름답다.."
엄마의 흔적들이 이런 구절에 집중되어 있었다.

왜 갑자기 슬픈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왜 혼자라고 생각하셨을까..
하지만..
이젠.. 스물한살이 되어.. 그제서야 난 이해가 조금 되는 것 같다.

세상은 홀로 살아가는 것은 ..진리였고..
난 그것을 늦게 알았을 뿐이다.
엄마는 다만.. 외로움이 ..홀로 있음이 힘들어 시집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왜 우린 서로를 감싸줄 수 없는 것일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왜 그것을 진심으로 느낄 수 없는 걸까..


감싸주고 싶은 사람들은 날 기다려주지 않고 떠나버린다.
아니..내가 너무 어리석어 늦게서야 그 아름다움을 친숙함을 사랑함을
느낀다.


이젠 엄마를 감싸주고 싶다.. 나의 아빠 또한..
당신들이 나로 인해 세파의 물결을 힘들어 하셨고..
이젠 내 차례이다.
이 두 팔로 두 분을 조금 더 감싸드리고 싶다.
내 체온이 느껴지도록... ...
-  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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