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바탕에 쓰여진 검은 두글자..   미정
  hit : 193 , 2002-03-13 22:41 (수)
철이 들어간다는 것..
내가 먹은 밥그릇 수가 늘어난다는 것..
알고 보면 내 주위에 일어나는 것들에 담담해 지고 있는게
나이 먹는다는 것의 의미가 아닐까한다.

얼마전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그 땐.. 아니..지금도 믿을 수 없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할머니의 죽음을 인정하게 되고
담담해진다. 아직도 간간히 할머니의 머리카락.. 거칠지만 따스했던 손과 모든 걸 다 받아줄 것만 같은 미소가 기억이 나는데...
이런 걸 잊어가야 한다는게 슬프기도 하다.
아니 .. 정말 잊어버리기 싫어 하루에도 몇번씩 그 모습을 그 말투를 생각하곤 한다.

기억하고 있던 것을 감정 때문에 억지로 잊어버려야만 하는것은 슬픈 것이다.

아마도 남녀 사이도 그렇듯 싶다.

기억하고 싶은 것은 기억하고 살자.
슬픈 일도 기쁜 일도 차별하지 말고 모두 기억해주자.

더불어  현재의 내 모습에 충실하자.
후에 기억이 두려워 피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젠 알고 있으니깐..
현재 나..그리고 타인의 모습은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며 서로에게 파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어차피 몇십년을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도록 숙명처럼 주어진 내 운명에
고개를 조아리고 인정하는 것이 현명할테니깐..

행복하게 ...이런 추상적인 단어보다..
순간을 즐기며 느끼며 살자고 다짐한다.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며
지금 내 주위에 있는 또다른 소중한 이들을 생각하며 살자고.. 다짐한다.

할머니에게 영원한 안식이.. 이젠 주어졌음을 이젠 진정 인정하고 싶다.
외할머니를 너무나 사랑한다.
하늘나라에서 날 보고 계신다면 마지막에 못했던 이 말..

당신을 너무 사랑하고 지난날 사소한 일처럼 당신을 잊고 지냈던 것.. 정말 죄송하다고
용서를 빌고 싶다.

할머니 행복하세요.




햇빛이 너무 찬란했던 날 ..
새벽같은 삶을 살고 가신 할머니를 기억하며..
*peterpan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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