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폭산장   미정
  hit : 233 , 2003-01-04 17:09 (토)
누구나 좀 자극적인 계기가 필요한가보다.
하나뿐인 남동생에게도 그런 맘이 찾아 들었던지 지리산코스를 물어보길래 날짜가 얼마 허락 되질 않는다면 화엄사~노고단을 추천해 주었다. 길도 무난하고 눈이 많이 왔더라도 러쎌(눈이 많이 온 산에 선입자가 길을 미리 내어 놓은 눈속의 산길..)정도는 되어 있을거란 생각도 들고 서울서 내려가니 피곤하면 하산길을 히치 가능 할 수 있게끔 한 내 생각에서 였다.
백무동도 괜찬구 중산리도 단박코스론 괜찮지만 겨울산은 장담을 못하니..경사도 급하고..

그덕에 나또한 구정에 지리산으로 튈까 했었는데 결국 신랑의 말한마디로 무산. 구정은 식구들과 오붓이 보내자는게 그의 론이였는데 뭐 맞는 말 같아 나 또한 동의 했다.
그렇지만 지리하고도 반복적이고 짜증스런 상차림과 설겆이.. 무수한 식구들의 뒤치닥으로 한바탕 떠들고 나선 난 지극히 개인적인 나로 충전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는데 가장 현재로선 시댁서 가까운 설악산을 알아보는 중이다.

누구나 그럴테지만 나역시 등반시작보다도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고 출발당일까지 맘먹은 지금부턴 행복해진다. 사랑스럽고 소중한 내 영혼을 위해 지난여름 지리산후 이번엔에 잠깐뿐이 될 설악의 양폭산장으로 쉼터를 거의 정하려고 한다.

몇해전 대청향해 오르며 잠시 봤던 양폭...음...그땐 죽으라 올라갈때라 정신 없었지만 한폭 수채화 같이 생각이 난다. 내 기억엔 그곳이 양폭산장 같았는데 지금은 많이 변했겠지..그땐 무슨 초가집같은데였는데 누군가 요양이라도 온 듯한 얼굴로 절터에 스님이 신발 벗어 놓듯 그또한 꽤재재한 얼굴로 신발을 돌려놓으며 옛날 할머니집에서나 봤던 문풍지문을 닫으려는 순간 이십대 중초반이였던 나와 잠시 눈이 마주쳤던 그땐 그랬었던..산장..
백담산장으로 알아 보려 했는데 미시령이나 한계령이 혹여나 통제불능이 될 우려도 있고 결정적으로 용대리에서 백담사 3km전까지 시멘트길이 나 있기 때문에 겨울 정취를 오랜만에 맛보려는데 기분이 썩내키지 않았다.(전대통령의 백담사 거취로 인해 길이 80년대 후반에 찻길을 만들었다 한다.)

실제 설악에선 오세암을 젤 가보고 싶었는데 역시 내려오는 전설처럼 겨울의 오세암은 어렵다. 오늘까진 수렴동 쪽으론 러셀이 되어있지 않다고 한다.
신랑이 같이 올랐으면 좋겠는데 어쩔려나 모르겠다. 취미가 같으면 좋으련만...어쨌거나 양폭은 거리상으로 당일 코스여서 무리가 없을테니 눈이나 진탕오기만 바랄뿐..

늦은 아침을 먹고 신랑한테 설악입구까지 태워달라고 해선 아이젠 차고 서서히 올라가는 것..
눈을 곱씹으며 서서히 도착한 양폭의 저녁 전경을 통해 맑은 공기를 들이 마시고 준비해온 침낭속에 들어가기전 육포에 술한잔 마시며 다시한번 한해를 다지겠지...

이렇게 맘을 먹으니 오늘 하루 맘이 이렇게 행복할 수 없다.
대니처럼 살진 못하지만 산을 사랑하며...좋은 산 더욱 많이 올라가 보며 살뜰히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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