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1   미정
  hit : 339 , 2002-02-06 01:37 (수)
"아빠~ "

"어. 왜?"

"엄만... 언제 돌아가셨어?"

"은하야.. 아빠랑 엄마얘긴 안하기로 약속했잖아."

"궁금해.. 왜 우린 제사도 안해?"

"계속 그런 얘기하면 아빠 화낸다."

역시...

외투를 걸쳐 입으시고는 나가십니다.

왜.. 아빤 엄마 얘길 싫어하는 건지..

어쨋든 저도.. 학교로 향합니다.

반장이니까.. 일찍가야 합니다.




"은하야~ 그 말 들었어?"

"뭐?"

"우리 학교에 전학 온 남자애 진짜 멋지데."

"은하한테 그런 말 해봤자 뭐해? 쟤 첫사랑은 교과서야."

친구들은 절 이렇게 평가하곤 했습니다.

공부가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제 나이의 여자아이가 공부를 좋아하기란 힘들죠..

그치만 공부란거.. 하면 편했습니다.

아무 생각도 안나니까요.

수학공식 하나 외우고 있으면

엄마 얼굴 궁금했던거 다 사라지고

영어단어 하나 외우고 있으면

어두운 집이 영어 철자로 가려졌거든요.

어느새 발걸음이 매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친구들이랑 내기를 했거든요.

전학 온 남자애한테 말걸기.

물론 저도 그 남자애가 궁금했습니다.

코는 어떻게 생겼나.. 키는 얼마나 되나..

"야! 유은석! 괜찮아?"

재밌네요.. 유은석..

유은하.. 제 이름이랑 한자 빼고 똑같습니다.

저멀리 코피를 흘리고 서있는 한 멀쑥한 남학생이 보였습니다.

"은하야! 너.. 코피.."

제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왜 그런 사람있잖아요

다른 사람 피를 보면 기절한다거나..

저는 같이 흘리는 타입인가봐요.

머리가 어질어질 하고.. 정신이 이상했습니다.

무언가로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그런 느낌..

코피가 흘러 제 흰색 블라우스를 적셨습니다.

"너 뭐하니? 모자라는 거야?"

아까 코피를 흘리던 멀쑥한 남학생이 휴지로 코를 막고

어느새 제 앞에 서있었습니다.

코피를 흘리면서도 가만히 서 있었던 제가..

꽤나 멍청해보였나봅니다.

"닦어.. 좀."

그러면서 저에게 자신의 피를 닦았던 휴지를 건내줍니다.

왜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선 이럴 때

손수건을 건내줘야 되는데..

황당했지만.. 그 아이의 약간은 지저분한 호의가

그리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고마워."

전 피가 묻지 않은 쪽으로 코를 막았습니다.

그 아인 절 한번 돌아보고는 획 나가버렸습니다.

매점 한쪽 구석을 보니

의자가 여러개 쓰러져 있었습니다.

주위에 수근거리는 말을 들어보니

우리 학교의 일명 일진이라는 남학생들이

시비를 걸었나봐요.

그럼.. 여러명이서 한명과 싸웠단 말인데..

멋있었습니다.

그 아인 코피가 다였지만..

의자 사이로 쓰러져 있던 불량스러운 남학생 3명이 생각났거든요.

그 멀쑥한 아이가 싸움을 잘하나봐요.

어찌됐건 내기에는 제가 이겼네요.

말 시켰잖아요..

내기의 승자에겐 뭐가 돌아오냐구요?

저희끼리 정한 건데요..

그날 야간 자율학습을 빼주는거예요.

나머지 3명이 선생님께 얘기하고 연기를 시작하는거죠.

'선생님. 은하가 아파요'

'쓰러질 것 같아요.'

'보내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여러명이 달려들면

담임선생님도 두 손 드신다는걸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근데 제가 이기면 별 의미가 없어요.

전.. 야간자율학습을 빠지지 않으니까요.

집에 가면 뭐해요..

벨 누르고 '은하예요~'

말하고 싶지만.. 제가 열쇠로 열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밥을 꺼내 먹죠.

아빠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그 시간은

정말 무서워요.

귀신이나 도둑 같은게 무서운건 아니지만..

혼자 있을 때 집 안에 흐르는 적막.

그건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거예요.

그런데 이 날 만큼은 친구들이 강하게 나옵니다.

"은하 너~ 오늘은 가!"

"왜?"

"그래. 너 때매 우리의 룰이 계속 깨지잖아."

"됐어. 그럼 소영이가 이긴걸로 쳐. 됐지?"

"안돼. 한번만 빠져라."

"왜 그렇게 나한테 빠지라는 건데?"

".........."

"은하야.. 솔직히 걱정돼. 너 요즘 공부 무진장 열심히 하지?"

"그래. 너.. 우리가 쫌 있음 고3 되는거 알아. 근데

너 오늘 코피 흘리는 모습은 영 아니었어."

"좀 쉬어 은하야.."

이렇게 친구들이 걱정해 주다니..

기쁩니다.

근데 전 친구들의 꿍꿍이 속을 다 알아요.

제가 가면 떠드는 사람 명단 작성자가 없어지잖아요.

쟤들은 우리반에서 제일 목소리가 큰 애들인데..

그렇겠죠.

다 알지만.. 그래도 이런 친구들이 있어

기뻤습니다.

"오늘만이야. 대신.. 많이 떠들진 마."

"오케이~"

결국 전.. 정규수업만 마친 채 집으로 향했습니다.

해를 보며 하교 하다니..

토요일도 아닌 날에..

어쨋든 약간은 들뜹니다.

그 때 교문 앞에 버려진 자전거가 보였습니다.

자전거.. 갑자기 너무 타고 싶었습니다.

저걸 타고 아무 곳이나.. 가고 싶었습니다.

탔습니다..

자전거...

엄마랑 찍은 사진은 아빠가 다 버렸지만..

단 하나.. 고모집에서 발견한 사진이 있었습니다.

그 사진속에는 엄마와 고모가 앞 바구니에

갓난아기인 저와 제 사촌동생을 태우고

자전거에 앉아있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제가 본 엄마 모습은 그 사진 뿐이라..

엄마와 자전거는 어느새 제 머리속에 함께 했습니다.

어느 새 눈물이 고였습니다.

"야! 거기서!"

그 때 누군가의 소리가 들렸습니다.

전.. 본능적으로 자전거를 세웠습니다.

그 사람은 저를 번쩍 들어 땅에 내려 놓습니다.

그 순간 눈에 고여 있던 눈물이 뺨 위로 흘러내렸습니다.

"이런.. 훔쳐간 사람이 울면 어쩌자는거야?"

훔쳐간..?

주인이 있는 자전거 였나봅니다.

전 화가 났습니다.

자기 자전거면서 열쇠도 안 채우고.. 그리고 세워둔 것도 아니고..

버린 것 처럼 눕혀 놨으면서..

"훔쳐갔다니요? 자기 자전거면 그렇게 내버려둬요?"

"자기..? 너 나랑 사귀니? 이제 보니까.. 아까 걔 구나.. 멍한.."

이런.. 자세히 보니까

아까 그 코피 흘리던 아이 입니다.

"너 아까 그.. 코피.. 더러운 휴지.."

이런.. 더럽다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겁났습니다. 나름대로 신경써준 건데 제가 더럽다고 해버렸으니..

"난 니가 진짜 그걸로 닦을 줄 몰랐어."

제가.. 실수했네요.

가만히 보니까 저 아인.. 삐딱한 성격을 가진 것 같았습니다.

말끝마다 시비조 였거든요.

"언제까지 울고 서 있을꺼야?"

제가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나봅니다.

전 한번 울면 잘 안그치거든요..

오죽하면 별명이 수도꼭지예요.

"눈 크면 눈물샘이 크다더니 맞나보네."

"난 그런말 못들어봤어."

"방금 들었잖아."

역시.. 삐딱한 아이입니다.

"타라."

".....?"

"자전거 타고 싶어서 그런거 훔친거 아니었어?"

"훔친 거 아니야. 그리고 너 나 언제봤다고 이렇게 막

대하는 거야? 난 너같은 애 우리 학교에서 본적없어."

"전학생 유은석이야. 내가 궁금하면 빨리 물어보지 그랬어?"

"........."

"너.. 나 좋아하니?"

"아니! 난 싸움 잘하는 사람 좋아해."

제가 왜 이 말을 했었는지..

그당시 순정만화에 나오는 남자주인공들이 제 이상형이었습니다.

키 크고 예쁘장한 외모에 싸움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팔방미인 꽃미남이었습니다.

가만히 보니까 이 아이..

얼굴이 예쁘게 생겼습니다.

긴 속눈썹이 아슬아슬하게 보여주는 눈동자..

혼열으로 착각할 정도의 콧날..

얇고 붉은 입술..

키도 컸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까..

싸움도 잘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만 훑어보고 타. 안탈꺼면 나 간다."

"........내가... 왜 타니?"

"알았어. 그리고 너 그거 알아둬. 나 싸움 잘해."

이러고는 자전거를 타고 가버립니다.

멍청한 여학생, 더러운 남학생.

서로 이상한 첫인상을 가지게 된 사이였지만..

가슴이 뛰고 이상합니다.

삐딱한 말투에 내려보는 듯한 눈이

대들고 싶지만 밉지 않았습니다.

그게.. 저희의 첫만남이었습니다.
몽실이  02.02.06 이글의 답글달기
우연히 지나다...

감기약을 먹고 바로 자려다 말고.. 그냥..컴앞에 앉았습니다..그리고..일기를 쓰고 싶은 생각에 여기를 찾았구여..
일기를 다 쓰고..나갈까하다가 혹시나하는 맘에 게시판을 찾앗죠..

아마도 게시판 글을 읽는건 오늘이 처음이지 싶어여..
님의 글 제목이 눈에 들어오길래..
-님의 제목이 제일 위에 잇는 이유도 잇엇지만-왠지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클릭햇습니다..

첫번글을 읽고 두번째글도 읽어야 겟다는 생각이 들더군여..

글 잘 읽엇습니다..그리고..앞으로의 내용이 궁금해집니다..기대할게여..그럼..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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