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3   미정
  hit : 326 , 2002-02-07 02:57 (목)


엄마...

어젯 밤 꿈에 엄마를 만났습니다.

항상 제가 힘들 땐..

꿈에서 절 위로해 주시거든요.

어제는 저한테 미안하다고만 하셨어요.

아침에 일어나니까

베개가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잠이 깼지만 또 눈물이 계속 났습니다.




"야~ 유은하.. 넌 눈이..."

"웃기지?"

"푸하하~"

친구들이 또 놀립니다.

눈이 어마어마하게 부었거든요.

친구들이 부러워하던 쌍꺼풀도

부어올라서 흔적조차 안보일 정도였습니다.

쉬는 시간에도..

공부 시간에도..

계속 그 아이가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관심끌기 라니...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 아이..  

그런 생각한게 당연한지도 모릅니다.

그런 우연은 가장 된게 아니면 일어나기 힘드니까요.

그래도 어제는 그 아이가 잘못했습니다.

  







1층 식당으로 친구들과 걸어갑니다.

궁금했습니다.

점심메뉴가 뭔지............

유은석이 식당에 있을지......

날 보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아줌마 귤 많이 주세요."

오늘 후식은 귤 입니다.

사실 귤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습니다.

껍질을 까서 먹어보기 전까진

어떤게 단 지, 어떤게 신 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전 아주머니들을 보면

무슨 말이든 건네고 싶습니다.

'탁.'

그 때 제 식판 위로 귤 하나가 더 놓여졌습니다.

식당아주머니의 손이 아닌

내 어깨너머의 크고 하얀손에 의해서..

"난 귤 싫어해."

돌아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몸과 얼굴은 이미 그를 향해 돌고 있습니다.

그 아이는 식판을 들고 나에게 등을 보인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안 울어야지.. 안 울어야지.. 다짐했습니다.

몇번이나 속으로 다짐한 다음 말했습니다.

"안 먹어. 가져가."

......제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때 이 말은

너무 유치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잠자리 들기전 이 때를 생각하면

좀 더 멋있는 말을 하지 못한게 아쉬워

표정을 찡그리니까요.

그런데 그 아인..

제 말을 못들었는지, 듣고도 모른채 하는건지

창가의 식탁에 앉아 수저를 들고 밥을 먹습니다.

"은하야..... 왜 그래..?"

또 눈물이 흐릅니다.

왜 전 이렇게 바보같은 성격을 타고 난 건지..

그 순간 전 갑자기 식판을 들고

유은석의 앞자리로 갔습니다.

그리고 앉아서 수저를 들었습니다.

유은석과 마주앉아서....

분명 제 머릿 속에 있는 뇌는

이런 명령을 내린 적이 없는데..

이미 다른 학생들의 수근거림은 제 관심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전 그 아이 앞에서 수저를 들고

씩씩하게 밥을 먹었습니다.

멋있었죠..  만약 제가 눈물만 계속 안 흘렸더라면..

"내 생각엔 니가 눈물만 안 흘렸음 내가 아주 조금은

무서워 했을텐데."

그 아이가 말했습니다.

'지금 니 태도 우스워.'

제 귀엔 이렇게 들립니다.

그 말을 들으니 눈물이 싹 멈춥니다.

전 눈물을 닦고 그 아이를 쳐다봤습니다.

"밥먹을 때 앞사람 쳐다보는게 재일교포 스타일이니?"

"재일교포?"

전 그 아이 말은 듣지 않고 계속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깨끗이 비운 식판을 들고 일어났습니다.

이 번엔 조금 괜찮은 것 같았는데..

"근데.. 너 눈이 호빵같다."

눈이 부었던 걸 깜빡 까먹었습니다.

그 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웃어주는데... 그 아이가 웃어주는데...

그 눈빛이 너무 따뜻해서

저도 모르게 어제 일이 다 용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내 눈을 보고 비웃는 걸텐데..

알고 있는데.. 그 눈빛이 너무 따뜻해서..

"은하야~ "

"너... 쟤랑 잘 아는 사이야?"

친구들이 건내는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근데 너무 늦은 것 같았습니다.

나와 그 아이 앞에는 그 많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밥 먹을 생각은 않고 다 저희만 쳐다보고 있었으니까요.

전.. 그냥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그 동안 바른 이미지를 쌓아왔던 유은하가..

유은석이라는 아이 때문에 뭉개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무작정 뒷뜰로 향했습니다.

밥을 빨리 먹었던지라.. 점심시간 30분이 남아있었습니다.

벤치에 앉아 얘기하는 여학생들..

분수대 앞에서 몰래 쪽지를 주고받는 남학생과 여학생들을

뒤로 한채 처는 나만의 공간인

우거진 나무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솔직히 숲이 될 정도의 크기는 아니었지만..

왠지 숲이라는 어감이 좋아서 전 숲이라 불렀습니다.

너무 밥을 급하게 먹어서 그런지..

슬슬 배가 아파왔습니다.

자그만 생리통도 없는 제가 배가 아프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렇게 먹을 때부터 알아봤어."

이 목소리는 유은석입니다.

"저리 가."

배가 아픈 저로서 가장 강하게 할 수 있던 말이었습니다.

그 아인 저를 한번 보는가 싶더니

"싫어."

이렇게 말 합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내 자리야."

또 웃습니다. 그것도 어제 내가 했던 말을

똑같이 하면서..

저 아인 여자 앞에서 웃지 못하게 해야겠습니다.

저 미소를 보고 안 넘어올 여자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아!..."

순간적으로 배가 또 찌릿 아파옵니다.

"너 체한거야. 이리와봐."

전 더이상 거절할 용기가 안나 그저 아무말 없이

쳐다봤습니다.

그러자 그 아인 고개를 숙이고 말했습니다.

"어제는 미안했어. 가만히 보니까 너.. 내가 봐 왔던

여자들과는 다른 것 같다."

"................"

제가 여전히 대답이 없자 그 아인

일어나서 한참 서 있더니 다시 앉았습니다.

손에는 짧은 솔잎 하나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이게 제일 짧고 뾰족하다."

"뭐...하려고 그래...?"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체했을 땐 손가락 따는게

최고래. 나도 자주 해봤는데 나름대로 잘 듣더라."

"너 코미디 하니? 그걸로 어떻게 따?"

그러자 그 아인 제 옆에 다가옵니다.

전 순간 어제 일 때문에 몸을 움츠렸습니다.

그 아인 잠시 멈추더니 손을 뻗어 제 어깨위로 올립니다.

그리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어깨에서 손목으로

손을 쓸어내립니다.

".............."

그 아이의 눈을 쳐다봤습니다.

왠지 진지한 느낌...

한참을 쓸어내리는가 싶더니

그 큰 손으로 제 손목을 잡습니다.

"아..아프잖아..."

".............."

여전히 말 없이 손의 피를 엄지로 모읍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솔잎을 잡았습니다.

정말 저걸로 할 참인지...

"아!"

순간 따끔한 느낌이 들어 손가락을 봤습니다.

어느 새 제 엄지 손가락엔 검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나 이래뵈도 검도 유단자야."

처음 알았습니다.

검도하는 사람들은 손가락을 잘 딴다는 것을..

갑자기 그 아이가 교복 마이 단추를 풉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교복셔츠 끝 부분을 손으로 찢었습니다.

"미쳤어? 교복을 찢으면 어떡해?"

"하나 더 있어."

그러더니 그 찢은 천 쪼가리를 제 엄지에 감습니다.

"나한테 사과하는 거야?"

"마음대로 생각해."

그리고는 천의 끝부분을 매듭짓습니다.

'마음대로 생각하라니.. 아까는 미안하다고 했으면서..'

그 아인 그리 넓지도 않은 잔디에 누웠습니다.

"누가그래? 내가 재일교포라고.."

"일본에서 왔다며.. 아냐?"

"너 반장 진짜 맞어? 일본에서 살다오면 다 재일교포란 말이야?"

"아냐?"

"아냐."

"그럼 뭐가 재일교포야?"

"몰라."

"근데 아닌 건 어떻게 알어?"

"내가 갓난애길 때 일본 갔어. 그러니까 아냐. 호빵눈아."

아차.. 오늘은 눈이 부은 날입니다.

"니가 이렇게 말을 곱게 쓰는거 니네 엄마 아빠도 아시니?"

갑자기 말이 없습니다.

제가 뭐 실수 한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엄마는 아는데.. 아버진 모르실 껄?"

'딩동댕~'

점심시간 종료 10분전임을 알리는 예비종입니다.

뒷뜰에 있던 학생들이 뛰어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다행히 앞쪽에 우거진 나무 때문에

아무도 우릴 발견하진 않은 듯 했습니다.

"범생아. 안 들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아이..

내 이름을 한번도 안 부릅니다.

"너 왜 날 그렇게 불러? 유은하라는 내 이름이 있는데!"

"처음 말해줬잖아."

그러고 보니.. 만난 횟수는 꽤 되지만

이름을 가르쳐 준적은 없었습니다.

"넌 왜 내 이름 안 불러? 난 니가 자전거 훔쳐.. 아니 빌려 가던날

말해줬는데."

"부를 일이 없었어."

"그나저나 재밌네? 유은하. 유은석. 하늘이 내려준 천생연분 같다."

"난 수업 들어가야돼."

전 순간 일어섰습니다.

천생연분이라는 말.. 신경쓸 말도 아닌..

그저 그 아이의 농담일 뿐인데.. 부끄러웠습니다.

전 여전히 팔베개를 하고 누워있는 그 아일 뒤로 한채

텅 빈 뒷뜰로 나왔습니다.

수업종이 울리기 전에 교실로 들어가야 되는데

뭐에 홀렸는지 걸음이 너무 느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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